"얘 요즘 안받던 남편관리 받고 살려니 영 불편하고 적응 안된다."
얼마 전 친구는 전화로 이렇게 볼멘소리를 한다. 한참 동안 수다를 떨다 보니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하고 실감이 난다.
그렇게 쫓아다니던 남편을 뿌리치지 못하고 친구는 서른이 훌쩍 넘어 7남매의 맏며느리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홀어머니에 무남독녀인 친구가 시부모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시누이 셋과 함께 살려니 힘든 일도 많았겠지만 정말 씩씩하게 친구는 모든 것을 바꾸고 맞춰가며 지금도 지혜롭게 살아가고 있다.
양말 조차 세탁하기 싫어하고 밥솥 씻기 싫어 밥 한 숟갈 남겨놓고 밥을 푸는 시누이들의 습관을 바꾸고 서른이 넘어가면서는 자연스럽게 가까이 독립을 시키더니 지금은 모두 결혼을 해 서로 우애 있게 지내고 있다. 또 몸이 불편하신 시어머니와 몇 년간 투병하다가 작년에 돌아가신 시아버님 모두가 친구의 손길이 있으니 난 그런 친구를 볼 때마다 그 당찬 모습이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그런 친구에게도 남편만큼은 힘든 대상이었다. 물론 많은 형제들의 맏이로 책임감의 무게도 있겠지만 그 동안의 주어졌던 권위의식도 만만치가 않았다. 집안에서는 물 한잔 조차도 스스로 갖다 마시지 않았다. 소심하지 않은 내 친구는 남편의 귀가시간을 1시로 정해 놓았지만 그것마저도 지켜지지 않았고 열심히 일한만큼 경제적으로는 부유하나 가족들은 남편과 아빠가 필요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아빠와 함께 가족여행을 꼭 가보고 싶다던 아이들도 자라 이제는 변해 부모보다 자기들의 친구를 더 찾는다. 친구도 아파트 동대표니 학교임원이니 하면서 자기의 생활과 사람들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열심히….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남편이 하지 않던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고, 어디 가냐, 언제 오냐, 왜이리 늦냐…. 늘 남편의 무심함이 불만이었는데 이제 친구는 이런 관심이 아마 살짝 불편한 것 같다. 우리 나이에는 크고 작게 마음의 변화와 흔들림이 대부분 있겠지만 지금 내 친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홀로이신 친정어머니께서 치매가 오셔 요양원에 모시게 되니 그 마음이 영 말이 아니다. 엄마를 생각하면 죄스럽고 왜이리 허망하고 원망스럽냐며 한숨이다. 친구의 젖은 목소리에서 난 그 답답하고 아픈 가슴을 느낄 수가 있었다.
“얘,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여기 와라. 잠시 쉬었다 가라.”
그렇지만 내친구도 역시 강하고 따뜻한 어머니요, 아내였다.
“그래도 그이의 삶에 지친 어깨와 점점 늘어나는 흰머리를 보면 측은하고 아이들을 보면 가정의 울타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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