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국인 관광객을 잡아라."
해외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세계 각국이 치열한 중국 손님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1995년 450만 명 수준이던 중국인 해외 관광객이 지난해 310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세계 관광 업계는 2010년 5000만 명, 2020년 1억 명의 중국인이 해외 여행을 즐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함께 각종 여행 규제가 풀린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세계관광기구(WTO)의 쉬징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최근 5년 동안 중국인 해외 관광객 수가 연간 38%씩 늘어났다"며 "관광 업계는 이들을 '큰손'으로 대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통계에 따르면 2004년 중국인이 여행을 많이 떠난 국가는 일본(102만 명)-러시아(81만 명)-한국(69만 명)-태국(68만 명)-미국(44만 명)-싱가포르(43만 명)-말레이시아(33만 명) 순이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태국이다. 최근 들어 외국인 관광 상품을 중국인 위주로 짜고 있다. 심지어 방콕 차오프라야강에서 운행 중인 유람선의 경우 식사 메뉴를 아예 중국식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베트남도 중국 내 여행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며 중국인 입맛에 맞는 관광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곳곳에 중국어 안내문을 설치하고 중국어 책자를 비치하고 있다. 일부 호텔은 중국인이 즐겨 찾는 차를 바로 마실 수 있도록 뜨거운 물을 준비하는 서비스도 마련했다.
출판사도 중국인 관광 특수에 뛰어들었다. '론리 플래닛'은 다음달 초 중국어로 된 여행 가이드를 발매한다. 우선 독일.영국.호주.유럽판을 내놓을 예정으로 현재 미국.캐나다.동남아시아판도 제작 중이다. '론리 플래닛' 중국어판 대표인 차이징후이는 "기후 조건이 좋아 중국 최대 관광지로 꼽히는 윈난(雲南)성 못지않게 동남아시아를 찾는 중국인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 여행을 가면서 '짝퉁' 물건을 들고 나가 현지에서 파는 중국인 관광객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가짜 루이뷔통 가방을 대량으로 가져오다 적발된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은 과거 70~80년대 일본인 관광객들이 악명을 떨쳤던 것처럼 관광지에서 추태를 부리기도 한다.
중국관광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해외 관광지에서 중국인들이 무례한 행동을 하고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안내 책자를 적극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내 책자에는 ▶손으로 이빨을 쑤시고 ▶혁대를 풀어 바지를 추스르고 ▶손가락질을 하고 ▶모르는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행동을 해외 관광지나 공공장소에서 하지 말라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