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중국이 캐나다로 도피한 사상 최대의 경제사범 라이창싱(賴昌星)의 신병 인수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중국 형법으로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사형에 해당하는 이 범죄자를 하루 빨리 본국으로 압송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마땅하나 '사형판결을 받게 될 범인은 인도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공인된 준칙이 장애가 되고 있다.
죄를 묻기 위해서는 캐나다측의 인도 조건을 들어주어야 하지만 그럴 경우 비슷한 죄를 짓고 국내에서 붙잡힌 범인보다 가벼운 처벌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이다.
중국 사법당국은 2001년 공금 8천여만달러를 횡령해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달아났던 중국은행 지점장 위전둥(余振東)의 신병을 지난 3월 미국으로부터 인도받아 12년형의 유기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미국측이 신병을 넘겨주며 제시한 징역 12년 이하의 형을 선고한다는 조건을 수용한 결과다.
이 때문에 사회 각계에서 '형평에 어긋난 판결' '법의 이중잣대'라는 비난이 빗발쳤고 해외도피 경제사범에게 '사형을 면하는 금메달(免死金牌)'을 주었다는 조롱 섞인 비판도 나왔다.
샤먼(厦門)의 지방 관리들과 결탁해 100억달러에 달하는 밀수죄를 짓고 가족들과 함께 1999년 캐나다로 도피한 라이창싱에게도 이런 처벌을 할 경우 더 큰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하다.
중국 당국은 캐나다 주 대법원이 라이의 난민 지위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최근 연방법원마저 그의 상소를 기각하자 본격적인 신병 인수 협상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캐나다 출입국관리국이 오는 26일부터 중국측과 라이창싱 송환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떤 송환조건을 세웠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라이 외에 약 330억원의 뇌물을 챙겨 네덜란드로 달아났다 지난해 5월 인터폴에 검거된 전 저장(浙江)성 건설청 부청장 양슈주(楊秀珠.여)에 대한 신병 인수 협상도 진행중이다.
중국 공안부 통계에 따르면 해외로 달아난 경제사범은 800명선이며 지난해 53명의 신병이 국내로 인도됐다.
중국은 1987년 이래 태국, 벨로루시, 라오스 등 25개국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고 있고 37개국과는 형사사법공조 관계를 수립했다.
최근에는 유럽 국가로는 처음으로 스페인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체결하며 사형의 처벌을 받게 될 범죄인의 인도는 사형을 판결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 인도를 거부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중국의 외교 당국자들은 이 부분이 서방 선진국들과의 범죄인 인도협정 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수용하는 것이 실보다 득이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제사범에 대한 사형제 폐지 주장이 나오는 등 해외도피 경제사범에 대한 효과적인 처벌 방안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