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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 세상이 움직이는 소리

[2011-08-19, 23:12:32] 상하이저널
1.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스탠다드 앤 푸어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낮추면서 전세계 증시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신용이 지구상에서 최상급이 아니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처음 공표한 것이다. 미국이 최상급으로 믿을 만한 국가가 아니라면 그럼 어느 나라를 믿어야 한단 말인가? 답이 잘 보이질 않는다. 미국은 현재 1년 GDP에 버금가는 국가부채를 안고 있다. 개인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1년 연봉만큼의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빚을 청산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벌어서 빚을 갚는 것이 상식이리라. 국가 입장에서는 세금 쓸 곳을 줄이고 세금은 더 많이 걷어 들여야지만 빚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엊그제는 세계 최대 부자 중 한 명인 워렌 퍼펫이 나와서 나같은 슈퍼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서 나라 빚을 줄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으나 세금을 올리는 것은 공화당이나 이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쉽게 올리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빚을 내다 쓰는 것이다.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는 형국이다. 현 세대의 풍요를 위해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 넘기는 꼴이다. 국가의 재정적자만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또 어떠한가. 전세계 모든 국가는 미국에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고 싶어한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달러를 구하기 위해서다. 달러를 구하기 위해서 미국으로 전세계 상품과 서비스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반대급부로 무엇을 줄까? 특별한 것이 없다. 굳이 있다고 하면 달러를 찍어서 주는 것이 전부일 때가 많다. 이런 방식으로 균형이 무너진 무역적자의 규모가 매년 천문학적이다. 군사력을 배경으로 하여 뒷받침되는 달러가 기축통화가 아니었다면 벌써 국가파산되었을 미국이 여태까지 버티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달러 발행권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 군사력의 절반을 가지고 있다는 국가, 전세계 상품 및 교역의 결제수단인 달러를 발행하는 국가, 전세계에서 GDP가 가장 높은 나라인 미국에 대해서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는 평가를, 믿을 만한 신용평가기관에서 내린 것이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이 2차 세계 대전 후 자국 화폐인 파운드의 몰락과 함께 세계 최강의 자리에서 물러났던 것처럼, 이번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종의 시그널로 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2. 자본주의 4.0

최근 몇몇 법인장님들과 식사를 하면서 조선일보가 주창하는 ‘자본주의 4.0’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먼저 자본주의 4.0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간단히 설명을 하면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 진화과정을 소프트웨어 버전(version)처럼 단계에 따라 숫자를 붙일 때 네 번째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아담스미스가 주창한 초창기의 자유방임의 고전자본주의(1.0),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케인스가 내세운 수정자본주의(2.0), 1970년대 시장의 자율을 강조한 신자유주의(3.0)에 이어 등장한 것이 새로운 자본주의(4.0)이라는 것이다. 시장의 기능을 존중하되 기업 등 시장 참여자의 사회적 책임과 '다 같이 행복한 성장'을 중시하는 ‘따뜻한 자본주의’가 자본주의 4.0을 의미한다고 한다.

세상이 뭔가 변하기는 변할 것 같다고, 한겨레 신문도 아니고 조선일보에서 자본주의 4.0 운운하고 나서는 것을 보아서는,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 및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신자유주의 하에서는 더 이상 체제 유지가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을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체제유지세력들이 한 것이 아니겠냐는 의견들이 많았다. 어떤 이들은 조선일보가 아니라 한겨레 신문이나 민노당보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셨을 정도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조선일보까지 나서서 저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세상이 변하긴 변하려고 하는 것 같다. 아니, 적어도 대한민국은 좀 변하지 않을까 싶다.

3. 이명박 대통령의 ‘공생발전’ 비전

2011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께서 ‘공생발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셨다. 집권초기 기업프렌들리 정책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을 기대했던 많은 사장님들로부터는 ‘공정사회’, ‘상생’에 이어 ‘공생발전’까지 정신을 못차리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청와대에서도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조선일보가 주창하고 있는 자본주의 4.0을 염두해 둔 비전제시임에는 틀림없고, 더 이상 현재와 같은 체제로는 유지 발전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집권층 내부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20대에 현대건설의 이사가 되고, 30대에는 사장을 지냈으며, 40대에는 회장을 하고, 50대에는 기업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이력을 살펴보고, 그런 경력을 가진 대통령으로부터는 도저히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비전이 나온 것을 보면, (자본주의 4.0 내지 공생발전이 실천내지 실행되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지난 50년 동안 압축성장을 해 온 대한민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스템을 가지고는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하기 시작한 것 같다.

4.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공생발전의 아이디어를 낸 박형준 청와대 수석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어느 선진국의 모델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면 되었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그렇게 따라 할 모델 자체가 없을 만큼 성장했고 커졌다고… 스스로 모델을 찾고 만들어내야만 한다고, 그 시험 모델로서 나온 것이 공생발전이라고.

자본주의 1.0(正)의 모순이 극대화되자 사회주의(反)가 나왔고 사회주의를 경험한 자본주의 1.0이 수정 자본주의 2.0(合)으로 변했다고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같은 논리라면, 자본주의 3.0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극대화되면 안티테제로 이를 부정하는 무엇인가가 나올 수 있고, 그 안티테제를 경험한 자본주의 3.0이 자본주의 4.0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4.0이 되었건 공생발전이 되었던, 앞으로 세상이 좀 변하긴 변할 것 같다. 어쨌든, 세상이 변화하는 시점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세상의 변화를 보며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판이 새롭게 짜지는 순간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새롭게 짜여진 판 속에 자신의 신분이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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