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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풍경]책을 벗 삼아 반짝 빛날 꿈동이들!

[2011-09-02, 22:02:45] 상하이저널
가을의 초입인 처서를 넘겨서인지 바람이 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여름의 불볕더위가 새삼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바람에 묻어나는 풀벌레 소리가 은은해지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느낌이 선선하고 부드럽다. 이제 초가을의 문턱에서 학교는 개학을 맞이했다. 40여 일 동안 언제 쉬었냐는 듯이 학교 운동장과 놀이터는 개구쟁이들의 사랑 속에 매일 매일이 분주하다.

한국에서는 방학 동안 예쁜 편지지에 아이들에게 안부를 묻고 방학 동안 서로의 정을 확인하는 편지를 교사인 내가 먼저 보내는 등 부지런을 떨곤 했는데, 상해에서는 그마저도 못하고 그냥 지나가버린 느낌으로 개학을 맞았다.

우리 반 몇몇은 방학 동안 뮤지컬도 보고, 박물관 견학, 별자리 관찰, 부족한 학습 등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서 유익하게 방학을 보내고 왔다. 그 아이들의 모습에서 방학 동안 열심히는 생활했지만 엉망이 된 나의 계획과 생활을 반성하게 된다.

그래도 방학 동안 내가 빼놓지 않고 계획을 세워 놓고 실천하는 것 중의 하나는 적어도 5권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이것은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중에 가장 유익하게 본 책은 ‘책만 보는 바보’라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처서가 지난 요즘의 초가을과 잘 어울리는 책이란 생각이 들고, 또 요즘의 아이들처럼 독서편식이 심하거나 독서를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유익한 책인 것 같아 조금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 책은 스물 한 살 난 조선의 선비 이덕무가 쓴 짧은 자서전으로 이덕무는 늘 자신의 자그마한 방에서, 온종일 햇살을 따라 상을 옮겨 가며 책을 보았다고 한다. 누가 깨우쳐 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읽었기에, 막히는 구절이 나오면 얼굴이 어두워지고 그러다 문득 뜻을 깨치게 되면 혼자 바보처럼 웃기도 했다고 한다. 이덕무는 형편이 넉넉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만의 가난한 독서법이 따로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서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둘째,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되고 추위를 잊을 수 있다.
셋째,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과 마음이 책에 집중하면서 천만 가지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넷째, 기침병을 앓을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목구멍의 걸림돌을 시원하게 뚫어 괴로운 기침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실로 책에 빠진 사람다운 이야기라 아니 할 수 없다.

더 책을 열심히 읽게 하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에 살았던 이덕무 이야기를 해주고 더 독서의욕을 자극시켜 보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2학기에는 더 더욱 책에 푹 빠지는 재미를 느끼도록 해야겠으며, 아울러 독서편식을 하지 않도록 여러 장르의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점검도 해야겠다.

이덕무만큼은 아니지만 2학기에는 아이들 앞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유익한 이야기, 따스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도록 책을 더욱 가까이하도록 해야겠다. 2학기에도 교실에서 진득하게 앉아 공부할 똑순이, 똘똘이들의 모습이 가슴에 가득 차 온다. 그리고 반짝 반짝 눈망울을 굴리며 열심히 독서를 하는 당찬 꿈동이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상해한국학교 교사 백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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