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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중국유치원 보내기

[2011-09-10, 04:23:16] 상하이저널
작은 아이가 유치원에 갔다. 지난 5월, 빠오밍한 유치원에서 연락이 와서 두 달을 보내다가 큰 아이가 방학을 하는 7월에 같이 방학을 시켰었다. 중국유치원이야 원하면 방학 없이 유치원을 다닐 수 있는데, 큰 아이와 같이 방학을 보내며 작은 아이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조금 더 크길 바라는 마음에서 같이 방학을 하게 했다.
큰 아이를 로컬유치원에 보내고 로컬학교에 보내보면서 뭐랄까, 상하이(중국)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기준이 좀 더 확실해졌다고 할까..내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가 됐다고 생각해서 작은아이는 바로 중국유치원에 보내기로 하고 준비를 했는데 아무래도 만4살 아이는 힘이 들었나 보다.

그저 일상용어로 쓰는 중국어만 알고 가다 보니 우선은 말이 답답했을 것이고 유치원 좌식변기에서 용변을 못 봐 몇 날 며칠은 물도 안마시고 되도록 유치원에서 볼일을 보지 않고 집에 와서 급하게 해결을 한다든지, 중국식 점심이 입에 안 맞아 굶기도 자주해 집에 오면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든지, 학기 마지막에 다니게 된 것이라 스쿨버스가 배정이 어려워 두 달을 직접 등하교를 시켰는데 교문에서 헤어질 때면 눈물 바람을 하는 날도 있고, 교실에 들어가서도 창가에서 엄마가 있나 없나를 보기도 하고, 참관 학습 때 가서 본 잔뜩 주눅 들어 있는 작은 아이 모습은 나의 결정을 흔들리게도 했다.

그렇게 억지로 두 달이 흘러, 기다리고 기다린 방학기간이 된 것이다. 방학을 앞두고도 고민이 많았다. 아이에게 중국어 푸다오를 시켜야 하는 건지, 며칠만 쉬게 하다가 다시 유치원에 보내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계속되길 일주일…. 그냥 쿨~하게 마음을 접었다. 쉬자. 아이도 나도 같이 쉬자. 순리대로 놀면서 두 달을 보내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두 달 동안 늘 하던 대로 한글 공부도 하고 동화책도 좀 더 자주 읽어주고 엄마, 언니 손잡고 두루두루 놀러 다니며 두 달을 보냈다.

개학을 앞두고 작은 아이에게 물었다. 이제 일주일 후면 방학이 끝난다고, 방학이 끝나면 노랑 스쿨버스를 타고 유치원에 간다고. 아이는 아직 방학이 많이 남았다고 떨떠름해하더니 어느 순간 유치원 가방을 챙기고 유치원에 신고 갈 신발도 챙기고 혼자 중얼거리며 방학 전에 배웠던 노래도 부른다. 유치원개학 첫날, 불편한 표정을 하고 가방을 메고 서 있는 모습이, 가는 저나 보는 나나 영 불안하고 불편했다. 달래서 스쿨버스를 태워 보내고도 마음에 돌덩이 하나 올려놓은 듯 편하지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유치원에 전화를 해본 남편은 “아이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잤다더라”는 말로 위로의 전화를 해줬지만 미덥지도 않고, 아이가 도착하기 20분전에 나가서 기다렸다. 저 멀리 노랑스쿨버스가 가까이 올수록 방망이 치는 심장을 어째,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작은아이는 표정이 밝았다. “엄마, 내가 오늘 공부하는데 신경 써서 얼마나 배가 고프고 잠이 왔는지 알아?”

작은 아이는 다음날도 즐거운 표정으로 노랑 스쿨버스를 타고 유치원에 갔다. 평소 안 먹던 중국차이도 다 먹고 여전히 낮잠도 잘 잤다는 녀석은 체중도 늘어서 17킬로이다. 신기했다. 너무도 익숙하고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은 오히려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법이란 말에 기운 얻어 오늘도 가을하늘처럼 쑥쑥 자라는 우리 아이에게 응원을 보낸다.

▷Betty(blog.me. fish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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