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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夫曲

[2011-09-23, 19:25:08] 상하이저널
지난 번 창졸지간에 운명을 달리하신 선친을 추모하는 글을 쓰고 나서 필자 주변 아버지들로부터 다른 ‘사부곡’에 대한 얘기, 즉 ‘우리 아버지 얘기’ 말고 ‘우리 이야기’를 해달라는 보챔을 많이 들었다. 아내가 봐줘야 할 남편(夫)에 대한 얘기, 그리고 지금 우리 아이들이 알아야 할 아버지(父)-즉, 나에 대한-에 대한 이야기말이다. 오늘은 그 남편, 지아비(夫)에 대해서다.

1. 무거운 어깨의 남자: 그대 이름은 ‘지아비’(夫) 지독히도 끈질긴 인연이 부부간의 인연이다. 부부간의 촌수가 영촌(0촌)이라 함은 서로의 간격이 제로라고 할 만큼 가깝기도 하지만 언제라도 헤어지면 남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칼로 물 베기라는 부부싸움만 봐도 돌이키면 정말 사소한 시작으로 마음앓이가 시작되어 집안에서도 부부간에 거북하기 짝이 없는 침묵의 전선이 형성되다가도 느끼지 못하는 시간 흐름에 또 알콩살콩 살림살이 얘기에 아이들 교육 문제에 머리를 맞대곤 하는 것이 일반적인 부부들의 모습이리라.

근데..그 남편의 삶, 아니 그리 거창하게 삶까지는 아니라도 그네들 생활을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 남편이라는 작자의 삶은 우선 수입의 총체적 책임자로서의 삶이다. 사람마다 수많은 사연으로 상하이에서 생활을 하고 있겠지만 모든 남편의 두 어깨는 한 가정 수입의 총책임자로서 무게가 가장 크게 걸린다. ‘지아비’는 전날 고객 접대로 인한 덜 깬 숙취 상태에서 집을 나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복잡한 인간관계가 흉폭한 이빨을 드러내고 기다리는 회사로 출근하는 지위 고하를 막론한 남 밑에서 충성해야 하는 월급쟁이 머슴의 존재거나, 날로 조여오는 사업 환경의 열악성과 생존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싫은 내색없이 총성없는 전쟁터로 나서는 전투병이다.

그것 뿐이랴, 날로 커가는 아이들의 이런 저런 교육과 성장통 문제에 대해 모범적인 옆집 아빠 얘기를 조근조근 해대는 마누라의 잔소리를 어깨너머로 들으며 소리없는 한숨을 내쉬며 도대체 왜 주변의 아빠들은 전부다 슈퍼맨 같고, 나만 이리 왜소한지에 대한 자괴감과 그 넘의 대학 입시 정책은 왜 이리도 자주 바뀌는지 애꿎은 대통령을 탓하고 싶어지는 것이 또 다른 ‘지아비’의 모습이고 수만리 떨어진 고국의 집안 일에 이런 저런 신경씀이 몸이 떠났다고 문제가 없어진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핏줄기 인연의 끈으로 이리저리 얽매여 있는 것이 분명한 또 따른 지아비의 모습이다. 그러다 가끔은 조국의 통일 문제와 정치 문제에도 짬짬이 자기 논리를 갖고 있어야 하고, 교민사회의 대표 조직에 대한 뒷담화도 한번씩은 해대야 하고, 중국의 정치, 경제 문제도 기웃거려야 하며, 가보지도 못한 저 유럽의 조그만 나라 그리스의 국가경제 위기 파급성에 대해서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몸만 늙어버린 당신들 ‘지아비’의 모습인 것을 어찌 한단 말인가!

2. 그 하늘 같은 무게를 짊어진 어깨에 보태야 할 것: 사랑! 생사의 기로를 넘는 경험을 한 사람에게는 내가 숨쉬고 있음이, 그저 하늘거리는 바람의 느낌이, 공부는 못해도 고음의 목소리로 아빠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침 일찍 창너머 들려오는 귀에 거슬렸던 중국 노인네들의 시끌거림마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행복임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늘 경제적인 문제로 짜증만 내는 조국의 핏줄기들이 그렇게 그리운 사람들이고, 나에게만 못살게 군다고 생각했던 온갖 세상일들이 너무나 친근한 존재이고 내가 그들에 대해 무엇을 더 베풀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존재들임을 느끼게 되는 것은 내가 득도한 철학자가, 종교인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침에 서둘러 삶의 터전으로 나서는 지아비의 말없는 어깨를 바라보라. 아이들 문제로 귀찮게 할 때 보이는 남편의 얼굴 뒤 염려를 읽어내라. 내가 소중히 대하지 않으면 그 험한 세상에서도, 심지어 아이들에게까지도 소중히 대접받지 못할 당신의 지아비를 생각하라. 연애시절 교외 들판의 이름 모를 꽃을 꺾어 들고 당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그 남자가 지금 당신의 지아비임을 기억하라. 당신의 당시 가슴 뜀과 함께 지금 썰렁한 집안의 분위기가 곰같이 말없는 지아비의 문제인지도 냉정하게 돌이켜 볼 일이다.

행복! 이 행복을 위한 필수 조건에 대해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정답을 찾아야 한다. 너무나도 뻔한 정답을…. 바로 사랑!! 오늘 저녁 당장 그대 지아비의 발을 손수 씻겨주는 사랑의 이벤트를 개최하라.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여보. 힘 내세요”라고 속삭이라….”우리가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니까 힘 내세요.”라고 말이다. 비록 닭살스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해도 말이다.
아, 창밖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맑고 높은 상하이의 가을 하늘이 가슴 벅차게 펼쳐져 있다.

▷정창수(상해 한백교육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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