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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옷

[2011-09-28, 17:23:22] 상하이저널
예고도 없이 찬바람이 불며 기온이 뚝 떨어져 버리니 여름옷 일색인 옷장 안에서 입을만한 마땅한 옷을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고물가 시대인 요즘 입고 싶은 옷을 척척 사 입을 수도 없고, 나에게 바느질 솜씨나 뜨개질 솜씨라도 있다면 내가 원하는 옷을 디자인해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내 옷을 만들어 입을 수도 있으련만 안타깝게도 나는 바느질, 뜨개질, 수예 쪽의 손재주는 타고 나질 못했다.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엄마의 혼수품 1호 재봉틀이 늘 활기찬 소리를 내며 돌아가곤 했다. 드르륵 드르륵 하던 재봉틀 소리가 한바탕 울리고 나면, 지금도 생각나는 분홍빛의 원피스 혹은 동생들의 바지, 셔츠 등이 완성되어 밤을 새워 만드느라 피곤한 엄마의 눈 앞에서 우리 남매들은 한바탕 패션쇼를 벌이곤 했었다. 좋아하는 우리 모습을 보며 피곤한 엄마의 모습은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겨울이면 작아진 스웨터를 풀어 물이 끓고 있는 주전자 주둥이를 통과 시켜 꼬불꼬불한 헌 실을 매끈한 새 실로 탈바꿈 시키는 마술을 보이며, 그 실로 다시금 우리 몸에 맞는 옷을 뜨개질 해주시던 엄마 모습이 생각난다.

엄마의 그 멋진 재주를 물려 받지 못한 나는 학창 시절 가사 실습 시간에 해야만 했던 바느질, 뜨개질이 항상 큰 고민거리였다. 수업시간에 앉아서 하다가 마치지 못한 부분은 엄마에게 떠 넘기기 일쑤였고, 이래선 안되겠다며 도와주지 않으시는 엄마 대신 뜨개질을 부탁하러 우리 집에서 두 시간 걸리는 작은집에 찾아가 작은엄마에게 조끼뜨기 과제를 해달라며 생떼를 부려 과제를 마무리한 적도 있다. 그 시절 바느질이나 뜨개질에 흥미를 느껴 열심히 배웠더라면, 지금쯤 나도 우리 아이들 옷을 만들어 줄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우리 아이들이 그 옷을 기꺼이 입어 주었을까?

사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엄마표 옷이 늘 마음에 들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시장에서 싸게 파는 자투리 천이나 털실은 어린 시절 내 눈에 들지 않는 ‘촌스러운’ 색이어서, 그것을 꼭 입어야만 하는 괴로움도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 기억은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닌지, 남편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손재주가 남다르신 시어머님의 작품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입고 있는 모습의 뾰루퉁한 소년이 서있다. 시골에 살던 4남매의 막내였던 남편은 외투까지 손수 손으로 뜨개질 하시던 어머님 덕에 늘 뜨개옷을 많이 입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손으로 뜬 옷이 ‘핸드 메이드'여서 훨씬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그것을 알지 못했던 시골 소년은 뜨개옷이 아닌 옷을 입어보는 것이 소원이어서, 본인이 옷을 장만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는 뜨개옷은 한번도 사보지 않았다고 했던가? 그래도 그 시절을 이야기 하는 남편의 모습에 어머님이 만들어주셨던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옷’에 대한 그리움이 보인다. 빠듯한 살림에 조금이라도 싸게 아이들의 새 옷을 장만해 주고 싶으셨던 어머님들의 마음이 이제야 느껴진다.

아직도 바느질 못하는 마흔 넘은 딸이 바짓단 고치겠다고 수선집을 찾으면, 돋보기를 찾아 쓰시며 재봉틀 바늘에 실을 끼우시는 엄마 앞에서 어릴 적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엄마가 만드신 어떠한 모습의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옷’ 도 정말 기쁜 마음으로 행복하게 받아 입으며 엄마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텐데 하는 덧없는 생각을 해본다.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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