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점심으로 배를 채우고,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빵으로 한참을 수다 떨었다. 날이면 날마다 하는 얘기인데도 우리들의 수다는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즐거움이 있다. 못다한 얘기가 있겠나 싶을 정도지만, 어제도 오늘도 열심히 우리들은 온 힘을 다해 그 동안 살아온 모습과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설명하느라 집으로 가야하는 시간이 아쉬울 정도다. 내일은, 또 내일의 이야기가 있으리.
집으로 향하는 길. ‘저녁 찬거리로 뭐가 좋을까. 어제는 고기를 먹었으니깐, 오늘은?’ 이 생각도 잠깐,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가 뜬다. 부동산인 것 같지는 않고, 터치를 잘못해서 놓쳤다. 갑자기 머릿속이 바빠졌다. 괜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아이의 하교시간이 다 돼 갈쯤에 걸려오는 전화라 왠지 모르게 온 신경이 전화번호에 쏠린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 담임이다. 축구를 하다가 또 문제가 생겼단다. 공에 맞은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갈수도 있다고. 행여 주말에 그 아이 부모로부터 전화가 올지도 모르니 알고서 잘 대처하라는 암묵적인 통보다.
저번 학기엔, 주말학교 담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었다. 쉬는 시간에 축구하다가 다른 아이가 공에 맞아 코피가 나고 얼굴에 조금 상처가 났다고 했었다. 가슴이 철렁~ 했었다. 그 아이 엄마에게 전화해서 미안하다 했다. 아이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직 아이를 보지 않은 상태라 잘은 모르겠지만, “같이 놀다가 조금 다친거니깐 괜찮을 거예요” 했다. 정말 고마웠었다. 그래도 막상 아이 얼굴을 보곤 속상했을텐데, 아무런 비난의 말도 없었다.
그리고 또 오늘, 일이 터진 것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의 얼굴은 어제와 별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축구하다가 친구 입술이 터져서 자신이 직접클리닉에 데려갔고, 얼음 찜질을 해서 피가 멈췄고, 하교 길에 물어보니 머리가 조금 아프다 했단다. 별거 아니다는 표정이다. 축구하면 맨날 자신도 맞을 때가 많다고, 좀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친구가 아프다는데 너무 무신경하다고 야단을 쳤다. 머리가 아프면 MRI를 찍어야 할거고, 그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냐고 심각성을 부각시켜줬다. 아이가 겁을 먹는다. 전화벨만 울려도 엄마 심장이 떨린다고, 머리가 쑤신다고, 오늘 자고 혹여 내일이라도 아프면 어쩌냐고….
한번만 더 이런 일로 엄마가 전화 받는 일이 생기게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축구화를 없애버리겠노라. 체육시간에 다시는 축구를 선택하지 못하게 하겠노라. 공을 찰 땐 조심해라. 특히나 얼굴에 절대로 맞게 해선 안 된다. 잔소리 반 걱정 반!
오늘도 무사히!
이건 우리의 자동차 문화가 시작될 즈음의 차안에 늘 걸려 있던 낯익은 글귀였었다. 우리 생활에 가져다 준 표어였었다. 내겐 우리 아이의 학교 길에 어울리는 글귀가 되고 있다. 에너지 발산이 한창인 우리아이, 무사히, 무사히, 오늘도 무사히….
주말을 조용히 보내면서도, 가끔은 마음 한 구석이 편하지 않았다. 문득 생각난 듯 아이에게 질책의 눈길을 보내기도 하면서, 아이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듯 몸살이 난 것 같다. 오늘은 또 몸이 아픈 아이를 위해, 등교길에 마음 속으로 살짝 빌어본다. 아무일 없기를….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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