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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고양이'들의 도전

[2011-12-10, 22:37:45] 상하이저널
[한우덕 칼럼]
'녹색 고양이'들의 도전
 
1978년 덩샤오핑(邓小平)은 개혁•개방을 시작하며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들고나왔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요즘은 ‘녹색 고양이(绿猫)의 시대’다. ‘환경•종업원 복지 등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외국 투자기업 역시 ‘녹색 고양이’가 돼야 한다. 핵심은 현지화다. 환경도 생각하고, 직원 복지도 고려해야 중국에서 버틸 수 있다. 중국 경제와의 상생(相生)구조를 짜야 한다는 얘다. 중앙일보와 지식경제부, 무역협회가 공동 제정한 ‘2011 한•중 기업경영 대상’ 수상 기업들은 이 같은 ‘녹색 고양이’의 조건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의 중국 경영 전략을 살펴본다.

이랜드

상하이 홍메이루(虹梅路)에 자리잡은 이랜드 중국본부 건물.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큼지막한 표어가 눈에 들어온다. '我们是E家人(워먼스이자런)'. '우리들은 이(E)랜드 가족'이라는 뜻이다. 알파벳 E의 발음은 '이(yi)'로 '一(일)'과 같다.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다'란 뜻도 된다. '이 문구가 3만2000명의 중국 직원을 하나로 묶는 힘'이라는 게 최종양 이랜드 중국법인장의 설명이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의 현지 직영점은 4717개. 매출액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중국 패션업계에서도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규모다. 최 법인장은 "중국 직원•소비자 등과 하나가 되지 않고서는 지속될 수 없는 게 패션 비즈니스"라며 "생산과 판매를 넘어 이제는 중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현지화 순환체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5억 위안(약 900억 원)을 언제든지 은행에서 저리로 끌어 쓸 수 있는 크레딧(신용)라인을 확보하기도 했다.

사내 EMBA 과정은 현지화의 한 예다. 상하이의 명문대인 자오퉁(交通)대학과 제휴해 예비 관리인력을 대상으로 MBA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과정 이수자에겐 고급 관리자 승진 기회가 주어진다.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는 현지 직원들의 충성도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MBA과정을 수료한 바이윈훙(白雲鴻)과장은 "직장을 다니며 MBA과정을 공부할 거라곤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며 "광역지사장 자리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성유압

중장비 유압실린더 부품 업체인 제성유압의 이창호 사장은 "기술 공백을 메워 주는 게 현지화"라는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다. 중국 굴삭기 제조 업체들은 핵심 부품인 유압기 기술이 약하다. 제성유압은 그 기술 공백을 메워 주고 있다. 이 사장은 "90여 개 현지 굴삭기 제조업체에 최적의 유압 실린더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며 "나는 돈 벌어 좋고, 그들은 없는 기술을 얻어서 좋으니 그게 바로 상생(相生)아니냐"고 강조했다. 직원 150명(한국인 11명)의 중소기업이지만 지난해 1억8000만 위안의 순익을 올렸다.

동양전기

같은 분야 중견기업인 동양기전 역시 '공백 메우기'로 성공했다. 이 회사 박치웅 상무는 "중국 경제의 초고속 성장은 여러 분야에 기술 '구멍'을 낳았다"며 "그 구멍을 찾고, 공백을 메워줄 기술을 공급하는 게 중국 비즈니스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말했다. 진출 초기(2001년) 제품 전량을 두산인프라코어에 공급했던 이 회사는 지금은 제품의 절반이상을 현지 업체에 팔고 있다.

광진자동차

문제는 어떻게 '기술 공백'을 찾느냐에 있다. 랴오닝(辽宁)성 선양(沈陽)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업체인 광진자동차의 윤영한 총경리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예순살이 넘은 지금도 한 해 절반 이상을 제품 공급선을 찾기 위해 상하이• 광둥(广东)• 저장(浙江)등으로 출장을 다닌다"며 "기업을 방문해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기업 간 공급체계를 추적하면 기회가 보인다"고 말했다. 고집스런 현장주의가 있었기에 이 회사는 자동차 창문 자동개폐기 분야 시장의 약 9.5%(1580만 대)를 차지하고 있다.
코휘드

'기술만 있다면 중국 시장은 무한하다'는 것은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진리'다.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의 사료업체인 코휘드는 농업에서 '구멍'을 찾았다. 코휘드는 5명의 박사 연구원들이 현지에 맞는 최적의 배합 사료를 만들어 농장에 공급한다. 목축 농장관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개발해 보급한다. 동북지역 소사료 시장의 8%를 장악하고 있다. 이 회사 이정주 사장은 "신시왕(新希望)•중량(中糧) 등 중국의 메이저급 사료•농산물 전문업체들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내 기술이 있는 한 중국업체들은 언제든지 다가와 손을 내민다"고 말했다. 현지 기업과 상생구도를 짠 전형적인 녹색 고양이의 모습이다. 그는 "중국은 워낙 산업의 스팩트럼이 넓어 여러 단계의 기술이 공존하고 있다"며 "사양 산업은 있어도 사양 기업은 없는 곳이 바로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성도건설

'녹색 고양이'들은 중국의 성장 산업에 과감히 도전한다. 상하이의 성도건설은 반도체, LCD 등 클린룸 디자인 전문 업체. 그러나 이 회사는 지금 종합 건설업체로 거듭났다. 유전으로 잘 알려진 헤이룽장(黑龙江)성 다칭(大庆)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로 '대박'을 냈다. 유동욱 사장은 "지난해 5월 2700세대 규모의 단지를 조성해 98%의 분양률을 기록한데 이어 제2기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중국 부동산 건설 시장의 흐름을 탄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탄 셈이다.

이들 업체들은 현재의 실적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랜드는 미국•유럽 등을 돌며 고급브랜드 제휴선을 모색하고 있고, 제성유압은 한국에 대한 역(逆)투자로 굴삭기 부품 라인을 늘려가고 있다. 코휘드는 중국에서의 다양한 사료배합 경험을 바탕으로 제3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을 일으키는 일은 배와 같아 전진하지 않으면 즉 퇴보한다(起業如船,不進卽退)'. 수상업체 CEO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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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http://blog.joins.com/woodyhan
woodyhan88@hotmail.com    [한우덕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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