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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내 마음의 다이어트

[2012-01-13, 21:28:19] 상하이저널
다이어트 3주일째. 1.5킬로그램이 빠졌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 바지와 티셔츠가 모두 잘 맞다. 앞으로 1킬로그램 더 빠지면 딱 보기도 좋고 예쁠 것 같다. 우리 딸 이야기다. 소학교 3학년인 딸아이는 언제부턴가 사 입는 옷이 꽉 맞다. 움직임이 많은 나이다 보니 넉넉해야 하는데 말이다. 한 사이즈 큰 걸 사자니 품이며 바지, 소매 길이가 어정쩡하고. 그러고 보니 딸아이가 조금씩 살이 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다이어트이다. 먹어도 그리 살찌지 않았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먹는 것에 집착하고 늘 내게 먹을 것을 달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것이다.

왜 그러지?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주변 지인들의 말이 생각났다. 내가 큰아이보다 작은 아이 위주로 챙긴다는 말이 문득! 생각의 테이프를 뒤로 되돌려 보았다. 작년 여름부턴가? 큰아이는 혼자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재작년말,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면서 몸도 마음도 에너지가 딸렸다. 새벽에 원고를 쓰고 오전 6시전에 아침밥준비를 하고 낮엔 집안일도 하고 필요한 사진을 찍으러 외출도 하고 저녁 차려 먹이고 두 녀석을 씻기고 나면 땀범벅이 되는 엄마를 보고는 ‘이제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하던 딸아이.

나는 ‘이제 다 커서 혼자도 잘 하는구나’하면서 아이와 거리가 멀어지는 걸 몰랐다. 5살 작은 아이만 챙기면 됐기에 딸아이가 제법 컸다고 편안해 했다. 혼자 샤워를 하고 혼자 머리를 말리고 혼자 교복을 입고 차려놓은 아침밥을 먹으며 아빠의 배웅을 받으며 학교 가는 내 딸. 그러고 보니 내가 차려주는 밥상 말고는 동생과 시간을 보내고 과외선생님과 공부를 하는 모습 말고는 딸아이의 다른 모습을 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맛있게 잘 먹는 거 칭찬하고 더 달라고 말하는 순간에야 눈 맞추는 나. 주말이면 같이 미술관도 가고 실내놀이터에도 가지만 난 딸아이에게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 엄마가 해준 것이 맛있다고 이것저것 먹을 것을 요구하는 딸아이의 마음이 그제야 다가왔다. 딸아이의 다이어트 식단을 짜고 샤워하는 것을 도와주고 직접 발을 씻겨주며 입을 옷을 일일이 챙겨주었다.

밥상 앞에서 딸아이의 밥숟가락에 반찬을 올려주고 먹고 있는 음식의 영양은 어떤지, 어떤 음식이 포만감 있는지 말해줬다. 딸아이는 식사량이 줄어도 배고파하지 않았고 잡곡밥에 채소와 된장찌개, 생선요리만으로도 밥 먹는 시간을 행복해했다. 엄마가 주는 몇 조각의 과일도 맛있어했다.

딸아이는 늘 소심하고 조심스러워하는 성격이라 긴장하면 나타나는 가벼운 증상의 틱이 있다. 최근 들어 입가를 수시로 만지는 틱이 생겨 걱정했는데 엄마의 따뜻한 눈길에 헤졌던 입가의 상처도 아물었다.


딸아이는 스스로가 더 쑥쑥 클 수 있도록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영양제가 필요하다는 사인을 보냈는데 엄마인 내가 몰랐던 것이다. 사랑하는 엄마가 돌아볼 때까지 말없이 등 뒤에서 바라봐준 딸아이가 한없이 고맙고 미안하다. 진정 잃어버리면 안 되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보듬어보는 마음의 다이어트를 나 또한 하고 있다.

▷Betty(fish7173. 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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