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31일 중국 전역에선 전례없이 요란한 단오절 축제가 열렸다.
고대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기원전 339년~기원전 278년)의 고향인 후베이(湖北)성 쯔구이를 비롯해 하이난(海南)성 산야(三亞) 등에서는 전통적인 용주(龍舟) 경주가 열려 굴원이 강물에 몸을 던진 날을 기렸다. 또 베이징(北京)의 대형 식당에서는 외국인 고객에게 단오절에만 먹는 전통음식인 ‘쭝즈(찹쌀과 대추를 속에 넣고 나뭇잎으로 피라미드 모양으로 싼 음식)’ 싸는 법을 가르쳐주었는가 하면, 중국 전역의 백화점마다 쭝즈 특설 판매대를 놓고 손님들을 맞았다.
앞서 런민(人民)대학 등 중국 대학생 30명이 지난 27일 베이징의 한 공원에 모여 전통적인 중국 의상인 ‘한복(漢服)’을 입은 채 단오절을 비롯한 중국 전통 명절을 공휴일로 지정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굴원의 고향 쯔구이에서는 이번 단오절을 맞아 한 중국 독지가가 한국기업에 3만달러(약 3천만원)를 주고 도메인을 사들인 중국어 사이트인 ‘www.端午節.cn’ 개통식이 열렸다. 이 독지가는 한국 기업이 ‘端午節.cn’ 도메인을 선점한 것을 알고 도로 사들여 쯔구이에 무료로 기증한 것이다.
중국의 올 단오절이 예년과 달리 요란스러운 것은 지난해 11월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문화유산 걸작’으로 지정된 데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강릉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단오절의 원조를 자부하는 중국 사람들의 민족의식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 중국 민속학자들의 진단이다. 중국 문화부는 지난 25일 단오 등 24절기를 포함한 전통 명절 총 518건을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바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31일자 1면 ‘단오절, 우리 모두 함께 쭝즈를 싸자’는 제목의 칼럼에서 “단오절은 2,000년 동안 중화민족의 영혼이 한껏 스며든 전통 명절이며 동시에 우리 미래를 밝혀주는 정신적인 주춧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