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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福不福 쇼핑

[2012-03-15, 11:05:04] 상하이저널
샤먼(厦门) 살다 상하이에 오니 풍족해서 좋았다. 8년 전 샤먼은 일단 한국 수퍼를 이용 할 때도 꽌시(关系)가 필요했다. 누구는 한국 물건을 수퍼에서 샀다는데 난 구할 수가 없었다. 그건 아무에게나 내주는 한국물건이 아니었다. 김밥 햄 하나도 꽌시가 있는 사람이 먼저 구할 수 있었다. 아이들 장난감도 눈에 보일 때 사야지 다음이란 없었다. 품질 좋은 공산품이 귀하다 보니 가격을 흥정하는 일은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빨래 삶는 통도, 호떡 뒤집개도 철물점에 가서 직접 그려서 사이즈까지 일일이 적어 주문해서 썼다. 샤먼이 섬이라 그런지 채소가 무르고 금방 상하는데 오래 사신 지인은 손수 밭에서 길렀다는 그 귀하다는 열무와 배추김치를 맛나게 먹고 있었다.

한 2년쯤 사니 귀하다는 열무도 구하게 되고 선전(深圳)에서 비행기 타고 오는 한국 떡도 맛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원하는 걸 어렵게 얻던 내게, 상하이는 그냥 슬리퍼 끌고 나가서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한국 수퍼며 럭셔리 백화점이며 곳곳에 숨겨진 재미난 가게들이 지천에 널린 쇼핑의 신천지였다. 어디에 가면 어떤 재미난 물건을 팔고 사는지도 알고 흥정하는 재미도 붙고 그러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소개 해주는 재미가 쏠쏠했다. 흥정에 자신감이 붙어 지난 몇 년을 물건 흥정의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얼마 전, 자주 가는 신발가게에 중국여자가 흥정을 하며 몇 켤레를 흔쾌히 사고 있었다. 하나에 300위안하는 신발을 그런데, 뭐라니? 중국여자는 내가 입 아프게 흥정하며 100위안에 산걸 단돈 30위안에 사고 있었다. 눈에 불을 켜고 신발가게에 항의했다. 나도 이 신발 30위안에 사고 싶다고. 자기들은 절대 그 가격에 판 적이 없단다. 방금 봤다고 해도 아니란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담에 오면 70위안에 주겠다는 답을 듣고 나오는데 기분이 영 안 좋았다. 그 뒤로 흥정에 회의가 느껴져 가격표가 정해진 곳만 출입할 정도였다.

요즘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즐겨 신던 플랫슈즈가 물이 샌다. 한국에서 공수할까, 여기서 살까 고민하다가 맘에 드는 신발을 하나 발견! 가격은 180위안이란다. 깎아서 내게 120위안에 주겠단다. 결국, 흥정하다 둘 다 기분이 상해서 못 샀다. 그런데 문제는 맘에 드는 물건을 못 사면 마음이 찝찝하다는 거다. 다시 가서 그냥 비굴하게 살까 고민하는데 어? 새로운 가게에 맘에 들어 한 그 신발이 있다!

시침 뚝 떼고 “내가 다른 가게서 70위안 준다는데 비싼 것 같다, 여긴 얼마냐?”했더니 280위안인데 80위안에 주겠단다. 그래서 70위안에 샀다. 두 말 하기도 귀찮아 더 이상 흥정 없이 샀다. 계산을 막하면서 나오는데 중국인이 신발을 산다. 얼마에 흥정하는지 지켜보는데 비슷한 걸 120위안에 산다. 나의 입가가 실룩실룩 올라간다, 기분이 풀린다.

‘멍멍멍~’ 아이폰이 전화 받으란다. 꽃시장에 간 지인의 전화다.
“언니~언니가 지난번에 5위안 주고 산 꽃 화분 4위안에 샀어요~”
아, 8위안짜리 나만 5위안에 준다고 하고선….

▷Betty(fish7173. 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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