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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그립고 그립고 그리운 봄 햇살

[2012-04-04, 10:01:51] 상하이저널
주간 날씨를 보여주는 화면에 일주일 내내 우산 그림이 떠있다. 대지를 적시는 촉촉한 봄비도 하루이틀이지 이러다 상하이 지반이 물렁물렁 해지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할 정도로 지겹게 비가 내린다. 해를 못 보면 우울해 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일이라고 한다. 세로토닌 이라는 뇌의 화학적 물질의 양이 일조량에 따라 증가 또는 감소해서 겨울이 오고 낮이 짧아지면 기분이 우울해 지는 것이 뇌 생리학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 세로토닌의 영향이었는지 아니면 그 무렵 누구나 가져보는 치기(稚氣)때문이었는지, 스무 살 초반에는 비오는 날이 정말 좋았었다. 비오는 날에 듣는 비에 관련된 노래가 좋아 카세트 테잎에 비에 관련된 노래를 모아서 녹음을 해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고, 목적지도 없이 빗 속을 걸어다니며 좋아하는 ‘비 오는 날’을 만끽하고 어쩐지 감성적이 되는 기분을 즐기기도 했었는데, 나이들어 결혼을 하고 내 살림을 하게 되면서부터 비오는 날 보다는 햇볕이 좋은 날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살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을 할 보송보송 잘 마르는 빨래도 그렇고, 늘 밖에 나가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놀기도 좋았으니까.

햇볕이 좋은 날은 청소를 적당히 해도 집안이 환하고 깨끗해 보여서 좋은데 계속 비가 내리니 기분까지 엉망이 된다. 억지로 집안에 봄을 들인다고 꽃시장에 가서 활짝 핀 봄꽃 화분과 히야신스 알뿌리를 사서 집안에 꽃을 피워놔도 아직은 인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부터 내리는 비 때문에 슬그머니 부아가 난다. 오후에 성당에 성가연습 가야하는데, 밖이 또 얼마나 질척거릴까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축복일까? 내가 나가야 할 시간에 고운 빛의 해가 비에 씻겨 깨끗한 우리 동네를 비추고 있다. 정말 반가운 마음에 현관문을 열고 나서니, 얼굴에 와서 닿는 바람이 차지 않고 포근하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자연의 변화는 정말 놀랍기도 하다.

연한 새싹을 피워 올린 길가의 풀들과, 가로수의 새 순 들이 정말 봄이 오고 있음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니 얼마나 좋은지. 성가 연습이 끝나고, 나처럼 오랫만에 나온 햇볕이 반가운 지인과 함께 의기투합 하여 집까지 걸어왔다. 30분 정도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웃음도 나누다 보니 그 언니와 마음으로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응달진 곳을 지나면 아직도 바람이 차고, 춥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래서 손이 곱고 얼굴이 발갛게 되기는 했어도 기분만큼은 정말 상쾌하다. 날씨가 조금 더 포근해지면 멋지게 선그라스 끼고,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수다를 떨어보자는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봄을 노래한 동요와 동시에 등장하는 노오란 꽃 그늘 이나 아지랭이 혹은 반짝이는 햇살을 생각하면 함께 떠오르는 어릴적 기억에 마음 한켠이 포근해진다. 온 몸을 감싸주는 따스한 햇살에 몸을 맡기고 소꿉놀이 하던 느낌…. 몇 살인지, 어디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듯한 그 따스했던 햇볕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언제부터인가 농담으로 ‘난 광합성 인간’ 이라는 말을 하곤 했었다. 나뭇잎이 햇볕과 물로(이산화탄소를 뻬놓으면 서운해 할까?) 양분과 산소를 생산하듯 난 햇볕을 받으며 포근함을 그리고 행복을 생산해 낸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비가 많이 내리는 올 봄에 햇볕이 정말 그립고 그립고 또 그립다.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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