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로 실시된 19대 총선 재외국민 투표가 무사히 끝났다. 그런데 결과를 두고 말들이 많다. 후보자나 정당 득표율이 아닌 낮은 투표율로 시끄럽다. 비싼 선거네, 참여의식 결여네, 심지어 불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큰 돈 들인 선거 기왕 많은 교민들이 참여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투표율 낮으니 없애자는 주장은 좀 과하다 싶다.
이번 재외국민 투표에는 12만3571명의 선거인 등록자 가운데 5만645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45.7%의 투표율이다. 그러나 전체 재외선거 대상자(223만3193명) 대비 실투표율은 2.5%에 불과하다. 상하이는 등록자 6506명 중 2546명이 참여해, 39.1%의 투표율을 보였다. 또 예상 선거인수 3만2093 대비 실투표율은 7.9%에 그쳤다. 정말 섭섭한 투표율이긴 하다.
또 셈이 빠른 사람들은 투표수를 비용으로 계산하며 어마어마한 혈세 낭비라고 재외선거 무용론을 내세우기도 한다. 선관위가 책정한 이번 재외선거 홍보와 관리 예산은 총 293억여원, 1표 값이 51만9000원인 셈이다. 더 노골적인 데이터도 있다. 국내에서만 치러진 지난 18대 총선의 1표 값 8427원과 비교하면 무려 61배 비싸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와 새삼 낮은 투표율을 탓하는 것일까. 이미 수십년간 시스템을 갖추고 치러온 국내 선거와 이제 갓 첫걸음을 뗀 재외선거의 동등비교가 맞는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이라는 한정된 곳에서 치러진 선거와 세계 각 대륙에 흩어진 국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관리하는 선거 비용을 비교하며, 마치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른 것처럼 자극한다.
이번 재외선거는 처음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국내와의 투표여건도 확연히 다른 선거였다. 투표여건은 차치하고 실제 재외선거 투표율이 18대 총선과 같은 46%대라 해도 1표당 비용은 28만4700원이다. 국내수준의 투표율로 계산해도 고비용은 애초에 감수해야 했던 선거였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번 재외선거의 포인트를 ‘고비용 저효율’에만 맞춰서는 안된다. 비싼 선거를 초래한 ‘낮은 투표율’의 원인부터 짚어보고 개선하는 것이 순서다.
낮은 투표율에 대해 투표소에서 만난 교민들은 “이번 재외선거는 투표율과는 상관없이 실시 자체에 의의를 둔 것이 아니었나”라고 되묻는다. “투표율을 고려했다면 관리중심이 아닌 유권자 중심으로 투표소를 늘리거나 투표절차를 간편하게 했어야 맞다”는 것이다. 상하이재외선거관리위원회 역시도 상하이 지역을 제외한 장쑤, 저장, 안후이 등에서 거주하는 교민들에게 상하이총영사관에 와서 투표하라고 홍보하는 것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일부지역 교민들은 상하이총영사관 가서 투표하느니 한국에서 투표하는 편이 낫다고 할 정도다.
우편투표나 인터넷투표 등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주장하는 교민들도 있다. 국외부재자신고는 거주지역 한국상회나 우편으로도 가능했지만, 투표는 직접 상하이로 가지 않으면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투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재외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공직선거법의 한계를 알고 시작된 투표였다. 특히나 재외 유권자 비중이 높은 중국과 미주 지역은 거리상, 절차상의 한계가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식 부족이라고 하니 교민들은 대략 난감하다.
또 초반에는 재외국민 숫자만 놓고 대통령 후보자의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다며 관심을 보이던 정치권도 유권자 등록 수가 적어서인지 재외국민 비례대표 요구를 묵살하더니, 이제는 투표 참여율이 낮다고 효율성을 들먹인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해외투자는 초반에 접는 편이 낫다는 기업의 경제논리처럼 들려 안타깝다. ‘재외국민들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불일치’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함께 시작된 재외선거, 국민의 기본권을 효율로 따질 문제는 아니지 않겠나.
▷편집국장 고수미/sumiko@.shanghaiba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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