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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길을 나서다 street#8]우아함이 넘치는 거리 우캉루(武康路)

[2012-05-11, 09:48:26] 상하이저널
1930년대 상하이가 배경이었던 영화 ‘색계’에서 탕웨이가 택시를 타고 ‘ 푸카이선루(福开森路)’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녀의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 때문인지 왠지 신비한 느낌을 주는 그 푸카이선루가 바로 우캉루(武康路)다. 북적거리는 화이하이시루(淮海西路)를 지나 우캉루로 접어들면 갑자기 소리 없는 진공 상태로 들어온 듯 조용하다. 그 낯선 조용함과 더불어 우아한 길과 멋진 집들이 가득한 이 거리는 상하이시 소개글 말대로 부티가 좔좔 흐른다.

우캉루는 한 미국 선교사와 인연이 깊은 거리다. 청나라 말 양무운동이 한창인 시기. 상하이교통대학의 전신인 남양공학(南洋公学)을 설립한 후, 현대적인 대학관리를 위해 초빙한 미국 선교사 퍼거슨이 당시 시내에 살고 있던 교수들의 편의를 위해 자신의 월급을 털어 흙길을 닦은 것이 우캉루의 탄생이었다. 1907년에 길을 넓히고 다듬었고, 후에 프랑스와 영,미 간에 지역 분쟁이 일어났을때 잘 마무리 해준 그의 이름을 따서 푸카이선루-퍼거슨의 중국식 이름-라 부르다가, 1943년 우캉루로 바뀌었다.

총 길이 1.7km에 불과한 우캉루는 살아있는 건축박물관이라 할 만큼 정말 다양한 유럽식 주택이 엄청나게 많다. 우수 역사건축물이 14곳, 시 보호 건축물이 34곳이니 건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데, 각 주택마다 나름 깊은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5월은 우캉루를 즐기기 가장 적합한 시기다.
 
 
 
 

우캉따러우(武康大楼)
 
출항을 기다리는 거대한 범선형태의 이 건물은 1924년 지은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으로 원래 노르망디 아파트라 불리웠다.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이고, 최초로 지하 주차장까지 갖춘 최고급 아파트였다. 1942년 이전에는 외국인만 살았는데 1949년 이후 중국의 유명한 영화배우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문화혁명기에는 정치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투신 자살을 많이 해서 - 당시 시내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이었기에 - 자살 빌딩으로 불렸던 아픔도 갖고 있다.

우캉루393호 황싱고가(黄兴故居)
 손문과 함께 신해혁명을 일으켰던 중국 근대 민주 혁명가. 화원이 달린 4층 주택에서 황싱은 겨우 몇개월 밖에 살지 못하고 1917년 위병으로 4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후 몇명의 주인이 바뀌었고, 1930년대에는 도서관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우캉루 393호 갑 쉬자후이 라오팡즈 예술센터겸 우캉루 여행정보센터
 
쉬자후이(徐家汇)에 있는 유명한 건축물과 저택의 모형과 사진을 전시한 미니 박물관 같은 곳이다. 상하이 여행 팜플렛도 비치하고 있고, 실물과 똑같이 만든 건물모형과 아늑한 소파까지 의외의 수확 같은 공간. 매일 9시-17시까지 개방하고 무료.

우캉루 390호
 
햇빛에 따라 노란빛으로도 연두빛으로도 보이는 건물색이 시선을 잡아 끈다. 원래는 이태리 영사관이었는데 지금은 중국의 한 자동차 회사 사무실이다. 건물은 어딘지 그리스 느낌이 나는데 안에 정원이 화려하다고 하지만 들어가 볼 수 없다.

우캉루 240,242,246호 케이프타운 아파트
 
정말 신기하게 생긴 아파트. 저 안은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어떻게 살까 하는 궁금증이 들만큼 한쪽 면은 조각 치즈케이크처럼 생겼다. 역시 1930년대에 지은 당시 신식 아파트

우캉루 210호 로미오의 발코니
 
낭만적인 이름의 스페인식 건물, 철제로 만든 작은 발코니가 있는 아름다운 노란빛 저택이다. 그런데 로미오의 테라스라고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엔 조금 초라한 발코니. 그리고 발코니에 올라 서 있던 건 줄리엣이 아니었나?

우캉루 113호 바진(巴金) 옛집
 
루쉰, 라오셔와 더불어 중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작가 바진이 40여년간 살았던 곳이다. 영국 전원주택을 본따 지은 이 집은 1923년 지을 당시에는 소련 상무대표처였다. 1949년 중국인민해방군이 상하이를 점령했을때 우캉루의 부동산을 몰수해 교수나 작가들에게 내줬는데 바진도 이 혜택을 받아 1955년부터 이곳에 살았다. 문화혁명이 끝나고 다시 이곳에 돌아와 딸과 함께 말년을 보냈다. 현재는 바진 박물관으로 단장되어 무료개방하고 있다. 일, 월요일은 휴관.

우캉루 40농(弄) 민국총리관저
 
1932년에 지어진 상하이시 우수역사 건물이다. 스페인 풍의 주택으로 스위스와 프랑스 상인이 합자로 지은 건물이다. 민국시대 1대 내각총리였던 당소의가 이곳에서 살다가 국민당 군인에게 암살당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여러가구가 함께사는 다세대 주택분위기다.

우캉루 376호 우캉팅
 
1970년대에 지어져서 우캉루에서는 상당히 어린 축에 드는 건물. 지금은 이곳에 카페와 레스토랑과 바, 꽃집이 들어선 복합공간이 되었다. 갤러리도 있는데 현재 내부 수리중. 거리 구경하다 피곤하면 쉬기 딱 좋은 분위기다.

* 레스토랑

- 우캉루 214호 샤오모리(小茉莉)
크기는 작지만 이름처럼 이쁜 꽃들이 가득한 이태리 레스토랑. 스파게티, 리조또류 68위안. 해산물 종류 168위안 이상. 커피 25위안부터.
 
 
- 커피트리(coffee tree)
과거의 인기는 못따라가지만 무난한 카페, 노천 공간이 있어서 광합성하기 좋다. 토일 브런치는 68-88위안. 커피 30위안. 조각 케이크는 23위안부터인데 크기가 다른 곳 2배는 된다.
 
 

또 우캉팅 안에 프랑스식 피자로 유명한 a cote, 상하이에서 손꼽히는 프랑스 레스토랑 frank bistrot- 저녁에만 영업하고 주말은 최소 3일전 예약필수, 1인 4~500위안. 네덜란드 여인이 주인인 꽃집 rasa gallica, 이밖에 곳곳에 디자이너 샾과 소품가게들이 있어 아이쇼핑에도 손색이 없다.

이밖에 395호, 115호 미단 아파트, 99호도 유명하다. 우캉루는 쉬자후이구(徐汇区)에서 대대적으로 키우는 거리로 우수건축마다 자세한 안내문이 붙어 있어 보기에 편하게 되어있고, 야채와 과일을 파는 재래시장도 있는데 비싸다.

걷다 보면 '집들이 참 이쁘다. 이런 건물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지만…. 사실 상하이의 조계지는 중국인에게 있어서는 남의 나라에 들어와 지네 맘대로 금 긋고 중국인들은 못들어오게 하고 자기네 나라 양식의 집들을 짓고 떵떵거리며 살았던 시대의 아픔이 있는 곳이다.
지금이야 건축 만국 박람회니, 이국적인 분위기로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자랑스러운 거리, 자랑스러운 건축물이 되었지만 그때 이곳을 바라보는 금 밖의 중국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지금도 부자들이 사는 지역, 가난한 서민들이 사는 곳이 암묵적으로 나뉘어져 있고, 조계지의 금만큼이나 넘어갈 수 없는 저 쪽이 너무나 많아지고 있다.

가는 방법
지하철 10호선 교통대학역 3번 출구. 우캉따러우까지 도보 10분


▷박지민(번역가, 여행가 jamani@hanmail.net)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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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수 2

  • 아이콘
    임현진 2018.09.17, 21:28:10
    수정 삭제

    안녕하세요! 저는 JTBC 방송국 임현진 피디라고 합니다. 곧 방영 예정인 신규 프로그램 <차트보go>라는 프로그램에서 상하이의 우캉루를 소개하려 하는데, 자료화면으로 쓰일 사진이 필요해서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혹시 블로그 출처를 밝히고 프로그램에서 사용을 해도 될지요? 인물이 나오는 사진은 제외하고, 풍경 사진 및 음식 사진만 사용할 예정입니다 :-) 답글 주세요~

  • 아이콘
    관리자 2018.09.18, 09:16:02
    수정 삭제

    안녕하세요 임 피디님. 네, 해당 프로그램에 출처를 밝히시고 사진을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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