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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봄 손님

[2012-05-14, 16:48:14] 상하이저널
2009년, 생각지도 않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2004년부터 중국생활을 시작하며 육아일기며 사는 얘기를 올리던 블로그에 한국 육아잡지 기자분이 해외통신원으로 원고를 부탁하는 글을 남긴 것이다. 담당기자가 직접 섭외를 위해 수많은 블로그를 찾아보고 글을 남겼다는 것에 신뢰감이 커진 상태라 앞뒤 재지도 않고 신바람 나게 OK를 했다. 그렇게 태어나 처음으로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늦둥이로 2007년에 둘째를 낳아 머리카락이 하얗게 새도록 육아에 매달리며 사는 게 혼이 쏙 빠지게 지치던 시기에, 숨구멍이 뻥 뚫리면서 신선도 100%의 산소가 무한공급 되는 느낌으로 다가왔던 해외통신원일. 매달 중국 상하이의 육아, 교육, 사회문제 등을 다른 나라 해외통신원들과 함께 사진과 글로 담아 잡지에 싣게 된 것이다.

처음엔 너무나 떨리고 설레어서 잠을 설치고 꿈인가 생신가 싶게 좋아했던 것도 잠시, 매달 주어지는 주제에 맞게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은 쉬운 게 아니었다.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얘기는 재미가 없으니 패스! 작은 섬마을 샤먼의 생활이야기부터 중국의 가장 세련된 도시인 상하이의 극과 극 체험 같은 글은 내가 봐도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 일 때도 있지만 언제부턴가 ‘중국생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재미있게 보고 있다, 중국으로 갈 계획인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독자메일도 받게 되었다.

상하이의 극성스런 교육열이나 중국 풍습이나 우리와 다른 중국인의 사는 얘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원고를 넘기고 나면 늘 아쉽고 잡지가 나오기까지 좌불안석이었다. 또 중국이다 보니 매달 잡지를 제때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담당기자가 메일로 보내주는 jpg와 새로운 한국 얘기는 재밌었고 늘 기다리게 되는 즐거운 편지였다.

‘봄’이란 닉네임으로 보내오는 그녀의 메일은 내 원고의 첫 번째 독자로 신나는 피드백을 쳐주었고 당장 원고지 10장도 그 자리에서 써내려 갈수 있을 듯이 기분이 업 되곤 했다. 2년이란 시간 동안 나는 단 한번의 원고 마감을 어긴 적 없는 착한 필자였고 그녀가 보내주는 ‘이번 원고와 사진 재미있고 좋아요’라는 메일을 기다리는 순진한 상하이통신원이었다.

새해 연하장을 보내면서 상하이에서 만나면 참 좋겠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닉네임처럼 ‘봄 손님’이 되어 그녀가 온다. 막상 집에 초대하려니 중국 나와 있는 10년 동안의 보따리 살림이 누추해서 어쩌나 싶기도 하다. 봄 손님이 오신다는 핑계로 대청소도 하고 테라스 청소도 하고 꽃 화분도 들여놓았다.

요리 솜씨가 없어서 걱정도 되고 어딜 구경 가야 3박4일의 짧은 일정에 내 마음도, 상하이의 아름다운 봄도 추억으로 오래 남게 하나 고민이다. 가만, 난 어쩌지? 명함판 프로필 사진 말고는 처음 만나는 건데 머리도 좀 하고 그래야 하나? 달력에 빨강 동그라미가 크게 보인다. 그녀를 만나기 100m전에 선 것 마냥 이 봄이 설레고 긴장된다.

▷Betty(fish7173@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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