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지금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운전교실에 앉아있습니다. 족집게 운전강사가 나와 멋진 차트를 이용해 차의 구조와 운전의 원리를 설명해 줍니다. 무사고 20년 경력자가 나와 운전의 예절과 규칙, 끼어들기 요령 등을 알려줍니다.
교육이 끝나고 이제 모두 차에 앉아 시험을 봅니다. 자, 얼마나 합격할 수 있을까요? 우리 학생들의 현실이 사실 그러합니다.
학교에서, 방과후 학교나 학원에서 하루 종일 강의를 듣고, 책을 보며 많은 내용을 이해하고 머리 속에 넣느라 바쁘지요. 물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배움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배운 내용을 직접 응용해 볼 수 있는 활동을 제한 받다 보니, 새로운 응용과 해석을 끄집어 내야 하는 국제학교의 참여형 수업에서 취약함을 보이고, 시험이 끝나거나 학년이 올라가면 지난 번에 배운 내용을 그냥 잊어버리고 맙니다.
세계적인 혁신 교육의 선구자인 사토마나부가 쓴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은 같은 동아시아권에, 비슷한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그 중 하나가 기초학력을 중시하는 교육이 모든 내용을 한번만 학습하는 직선형 구조 혹은 쌓아 올리기 형태의 교육 구조를 낳았고, 이로 인해 나선형의 좁고 깊은 배움이 실현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교실에서 교사 중심의 일방적인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 중심의 ‘협동적인 배움’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의 요지입니다.
그의 생각에서 두 가지 주제를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첫째는 나선형 배움과 두 번째는 협동적인 배움입니다. 나선형 배움(Spiral learning)이란 학생들이 어떤 주제를 배우고 난 뒤에도 주기적으로 다른 맥락에서 그 개념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남으로써, 그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심화시키는 교수법입니다.
나선형 배움은 배움을 한번에 모든 걸 완벽하게 이해하고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며 상승하는 나선 형태로 비유합니다. 집에서 요즘은 홈스쿨링까지는 아니더라도 엄마표/아빠표로 학습 활동을 구성하고 진행하시는 분들이 꽤 많지요.
만약 집에서 아이들을 위해 교육안을 계획하신다면 나선형 구조를 염두해주시고, 아이들에게 배운 내용을 생활 속에서 좀 더 도전적이면서도 다른 맥락의 활동을 통해 반복해 만나게 해주시면 좋을 것입니다.
협동적 배움은 ‘공부’의 몫을 오로지 아이들에게만 돌리는 어른들이 성찰해 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공부는 너를 위해 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아이들에게 모든 이해의 의무를 맡겨버릴 수는 없습니다. 물론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같은 내용을 배울 수는 없지만, 배우는 과정에 깊이 관심을 가지고 배움에서 필요한 학습 습관은 직접 모범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또한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상이 아닌 함께 배우는 동반자처럼 대우해주어야 합니다. 지식이 권력이 되어 아이들의 자유로운 자기 표현을 누르지 않도록 교사가 먼저 지식과 나이를 기반으로 한 권력을 휘두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면서 서로 배우는 분위기를 독려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나, 공자와 같은 옛날의 선각자들은 물론 ‘정의(Justice)란 무엇인가’라는 강의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하버드 교수 마이클 샌델과 같은 동시대 교육자들까지, 언제나 좋은 스승들에게 가르침의 가장 주된 도구는 ‘열린 대화’였다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는 사람에게 운전을 배우면 그 사람과 ‘웬수’가 된다는 우스개 말이 있습니다. 배움의 운전대를 잡은 아이 옆에서 끼어들라고, 주차하라고 윽박을 지르면 그 아이는 운전대를 놓거나, 난폭한 운전자가 되고 말 것입니다. 후진할 때는 뒤를 봐주고, 졸리면 말을 걸어주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는 옆 좌석의 좋은 동행자가 되어 아이들이 배움에서 도망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 상하이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