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P 대만이 유리해도 실제 수출이득은 중국이 더 커”
한중 FTA, 비가격요인 고려하고 추가협상 공간 남겨야
중-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상품 조기자유화(EHP) 조치가 당초 기대와 달리 의외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양측이 상대방에 수출할 때 관세 감면혜택을 적용받는 품목 수에서 대만이 중국보다 2배 많았음에도 실제 수출이득 효과는 중국이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
중-대만 ECFA 상품 EHP 구조
지난해 1월 발효된 ECFA의 EHP 부문에서 중국은 539개 품목을, 대만은 267개 품목을 각각 조기(3년에 걸쳐) 관세철폐하기로 양허했다. 2011년 중국의 대대만 수입액은 1,249억 달러이며 그 중 EHP 수입 금액은 199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서 41억 2000만 달러는 2011년에 이미 관세혜택이 부여돼 대만의 관세감면 혜택금액이 1억 2,300만 달러에 달한다. 같은 해 기준으로 대만의 대중국 수입액은 434억 달러이며 그 중 EHP 수입 금액은 50억 4000만 달러가)이다. 여기서 10억4000만 달러는 2011년에 이미 관세혜택이 부여돼 중국의 간세감면 혜택금액은 2,276만 달러에 그친다.
이렇게 보면 관세인하조치는 당연히 대만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대만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화경제연구원(CIER)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예측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빗나가고 있다.
대만이 적용받는 539개 EHP 품목의 총 수출액 중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28.4%에서 2011년 28.1%로 오히려 줄었다. 품목별로 일부 증가한 경우도 있지만 대만이 한국과 경합을 벌이며 중국에서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같은 기간 39.7%에서 37.9%로 보다 크게 줄었다.
중국은 반대다. 대만이 중국에 양허한 267개 EHP는 25.5%(‘11)에서 29.5%(’12)로 대폭 증가했다. 석유화학, 기계류, 방직, 운송도구, 기타 등 5대 카테고리 모두 대만의 대중국 수입 비중이 일제히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자유무역협정 반면교사学
한중 FTA 협상 시 반면교사 차원에서 고려할 사항은 무엇인가. 중-대만 ECFA 사례를 보면 FTA 상품무역 조기자유화 조치의 효과는 양허 품목 수와 관세 혜택금액 외에도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대만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유리한 EHP 양허를 받았지만 대중 수출확대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난 것은 중국의 수입선 다변화 내지는 중국내 자체조달범위 확산, 중국 내 기업경쟁동향 변화 등의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FTA 조기자유화 품목 협상에서는 상대국으로부터 가능한 많은 양허를 얻어내는 것 못지않게 수입국의 시장변화 양상을 정밀 관찰하는 한편, 초기에는 EHP 품목을 제한적으로 설정해서 그 효과를 관찰한 후 후속협상을 통해 그 범위를 조정(또는 확대)해나가는 방안이 유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이 대만에 양허한 EHP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과 대만의 중국시장 내 경합추이를 지속 관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끝으로 농수산품의 경우 대만과 한국의 경쟁력이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ECFA EHP 1차년도에 대만의 대중국 수출비중이 확대된 것을 보면 한국산 농수산품도 차별화, 고급화가 전제될 경우 향후 중국시장 개척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박한진/KOTRA 베이징부역관 부관장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으로, 한국외국어대 중국정치경제학 석사 과정과 상하이 복단대학 기업관리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중국전문가포럼 위원, 충청남도 중국 전문 국제자문역,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중국어교관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중사과학학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성기영의 경제투데이> 등에서 중국 경제를 해설하고 프레시안 ‘중국탐구’ 코너 등 여러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 출간한 <10년후 중국>, <박한진의 차이나 포커스>,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 등 13종을 집필했고, <화폐전쟁> 1, 2편과 <화폐전쟁, 진실과 미래>를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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