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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절반의 기쁨

[2012-06-01, 13:37:34] 상하이저널
"어떡하지? 어떡하지?"
TV속에서 젊은 남자가 잔뜩 고민이 있는 얼굴로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대답은 어이없게도 진짜 100살까지 살면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늙지 않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불로초를 먹었다는 옛이야기부터 보톡스나 성형에 이르는 요즘까지 그러나 어떤 노력도 노화와 죽음은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청년의 고민은 100세까지 어떻게 잘 살 수 있는가를 도와주겠다는 한 기업의 광고였지만 나에게 잠시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만약 인생의 수가100 이라면 나는 인생의 반을 지나고 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찌보면 어정쩡한 시기인 것 같지만 인생의 가장 황금같은 시기인 것도 같다. 아직 식지않은 열정과 가슴이 있지만 지나간 많은 경험들과 어우러져 어디에서나 누구와도 나를 드러내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삶의 지혜도 생겼고 더불어 약해지는 내 몸의 변화를 느끼면서 나를 내려놓고 인생의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눈을 떠가기도 한다.

지난번 나에게 두 만남이 있었다. 한번은 이곳에서 알게 된 80대 후반의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3시간여 동안 내 손을 꼭 잡고 많이 힘들어 하셨다. 고부간의 갈등은 젊은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그분도 여러 가지 갈등과 외로움과 서러움, 많은 이야기를 하시고 때론 눈물을 보이시기도 하셨다. 하지만 노인 분들의 인생은 갖가지 수고와 자존심으로 이어져온 삶이기에 섣불리 위로하는 말이나 함께 눈물 흘리는 것 조차도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그분의 손을 잡고 있는 내 손도 머지않아 그분과 같겠지만 지금 이순간 그 입장이 되어 이해하고 위로가 되고 있는 내 모습이 좋았다.

"언니, 번개 한번 해야지?"

"그래, 이번 주말 우리 집에 모여. 삼겹살 구워먹자." 주말 과일이랑 케익을 사 들고 우리 집에 모였다. 오랫만에 만남이라 여간 시끄럽고 반가우니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여기도 노인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지만 또한 여러 가지 삶의 모양들이 있다. 적당히 남편 흉도 보고 시댁과의 관계, 자식이야기 그리고 나를 말한다. 이런 만남 속에서 생활 속의 고단함을 정화하고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말하며 가정을 지키는 것은 우리 주부라며 나의 존재를 확인하듯 큰소리도 쳐본다. 그리고 이미 반을 지나고 있지만 거기에서 전혀 낯설지 않게 함께 웃고 공감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나는 지금 인생의 반을 지나가고 있다. 나이만큼 쌓여가는 인생의 깊이를 생각하니 지금 이순간이 더욱 소중하고 귀하다. 오늘따라 그렇게 감추고 싶은 눈가의 주름이 정겹게 느껴지고 또 어디에서나 아직은 어색하지 않고 어울릴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즐겁고 기쁘다. 그리고 더불어 10년 후 신은 또 어떤 이유로 내 삶이 이다지도 기쁘고 소중한지 알게 하실까 하는 기대를 한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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