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경기불황과 중국정부의 선택
얼마전 중국 인민은행이 예대금리를 0.25%p 낮췄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인 상황에서 물가상승률 이하로 금리를 낮춘다는 것이 민생안정을 고민하는 정부입장으로서는 무척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만큼 올해 중국경기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1분기 바닥을 칠 것이라는 경기전망이 2분기로 미뤄지고 예상보다 회복이 늦어져 조바심이 생기는 요즘이다.
지난 4월 KOTRA 상하이무역관이 중국진출 투자기업 142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경기가 어떤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작년에 비해 올해 매출이 얼마나 늘어날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기업의 28.7%가 10% 미만이라고 답했다. 작년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도 전체의 16.8%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섬유, 의류, 물류기업의 경기전망이 여타 업종에 비해 부정적이었다. 반면, 도소매업 등 서비스산업 종사기업은 경기를 상대적으로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광둥성 투자기업의 66.7%가 올해 경기를 부정적으로 내다봤고 랴오닝성, 베이징, 상하이 소재 투자기업 절반이상이 올해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중국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우려한 투자기업은 전체의 60%에 달했다. 중국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무척 팽배해 있다.
전세계적인 불황을 중국도 피해가기는 어렵다. 여느 때보다 저조한 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과연 중국경제가 난국을 타개할 만한 체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느냐가 경착륙 여부를 판가름 짓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주요국 중에서 중국의 재정적자비율이 1.1%로 독일 다음으로 낮다. 미국과 영국의 재정적자비율은 8.7%와 8.3%, 일본은 9.7%나 된다. 중국을 잇는 기대주로 평가받는 인도도 4.6%로 중국보다 높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일본과 미국이 각각 200%와 100%가 넘고 프랑스, 영국, 캐나다가 80%대, 인도가 70%대다. 중국은 25.8%로 상대적으로 낮다.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으로서 재력을 갖추고 정부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은 중국이 비상사태를 해결할 만한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의 처방대로라면 정부가 자금을 전폭적으로 투입해 경제를 살린다고 마음먹기에 달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중국정부의 4조 위안 긴급자금 투입 결과, 유동성 과잉, 부동산 버블, 지방정부 부채 산적과 같은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정부로서는 과단성있는 재정투입보다는 시장 안에서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고 싶을 것이다.
그간 중국 GDP 성공의 일등공신인 투자의 효과에 대해서도 논쟁이 뜨겁다. 여타 개발도상국에 비해 중국의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잘 갖춰진 상황에서 인프라 투자효과가 전처럼 크게 나타날 시기는 지났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정부로서도 투자보다는 소비확대에서 경제해법을 찾고 싶겠지만 경기부양 효과가 즉각적인 투자보다 휠씬 더딘 소비진작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정부는 마음만 먹었다면 재정 투입을 통해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은행과 투자사를 살려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선택은 비상약을 투입해 생명을 연장시키기보다는 시장내에서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은행과 투자사가 줄도산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지만 이후 미국경제는 장장 반세기가 넘는 끄떡없는 성장을 이뤄냈다. 2008년 미국정부의 선택은 대공황 당시와는 달랐다는 것, 우리에게 시시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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