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국의 차가운 겨울 잘 다듬어진 머리를 짧게 자르고 어색하고 심난한 모습으로 군에 입대한 아들이 지난주 첫 휴가를 나왔다. 늘 철없게만 보이는 아이에게 남자는 군에 다녀와야 한다며 말하곤 했지만 막상 훈련소 앞에서 이별은 쉽지만은 않았다. 가족과 친구들을 뒤로 한 채 뛰어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과 며칠 후의 보내온 옷상자를 받고 울던 일, 그리고 훈련소에서의 5주간의 훈련 모습을 인터넷 카페로 보며 편지글을 올리고 훈련병의 어설픈 모습을 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훈련을 잘 마치고 이등병을 달고 퇴소할 때는 가질 못해 할머니와 시동생 가족이 함께 했고 그때도 난 고마움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이렇게 아들의 군생활은 시작되었고 한국을 떠나온 오랜 시간들로의 염려는 뒤로한 채 잘 적응하고 조금씩 성숙해가는 아들의 모습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지나간 아들의 순간 순간들의 모습들이 스쳐갔다.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은 아빠가 우상이었다. 아이의 눈에는 아빠가 가장 강하고 무엇이든지 가능한 능력자였다. 그러던 아들이 중학생이 되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강한 남자로 보여지길 원하는 아들은 “앞으로 아빠는 나이 들어가고 자기는 커가니, 자기가 엄마를 더 지켜줄 수 있으니 저를 의지하세요”라며 맹랑한 소리를 해서 나를 당황하게 했다.
그리고 남편과 가끔 갈등이 있을 때에는 잠시 유혹이 될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아들녀석이 고등학생이 되고 커가며 아빠와 잘 지내시라며 은근히 엄마가 지나치게 저를 의지할까 봐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때론 서운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모습들을 겪으며 청소년기를 보내며 아이는 청년이 되어갔다. 물론 성장통을 앓으며 적지 않은 갈등도 있었고 그러면서 서로에게 실망하고 상처 주는 일도 있었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웃을 수 있고 함께라는걸 알아가기도 했다.
대학에 입학한 아들이 한 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하겠다는 소리를 할 때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허전한 마음이 잠시 마음을 흔들었다. 입대 후 아들의 편지는 정말이지 나에게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
그 동안 여러 가지로 부모님 힘들게 했던 것과 참아주고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과 또 조부모님과 주위의 지인들께 일일이 글을 써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어른들께서는 아이의 글속에 형식적이 아닌 진정함이 느껴지신다는 말씀을 하시며 기뻐하셨다. 어떤 이들은 그때뿐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디지털 시대에서 어쨌든 이렇게 생각할 수 있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무한 감동이다.
4박 5일의 짧은 첫 휴가를 마치고 아들은 귀대를 했다. 비록 함께하지는 못하고 전화로만 인사를 했지만 더 넓어진 어깨와 가슴, 또 다른 눈으로 많은 것을 품고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난 다음 번 정기 휴가 때 이곳 상하이에서 가슴 벅찬 만남을 기대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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