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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소림무술학교 체험기

[2012-07-27, 20:02:54] 상하이저널
"중국을 경험하며 나를 발견하다"
-북경소림무술학교 상해송강분교(北京少林武术学校 上海松江分校)를 다녀와서

 아빠가 한달 동안 무술학교를 보낸다고 해서 ‘한달 쯤이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숙사라 길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기숙사를 떠올렸다. 정작 가보니 시설이 정말 열악했다. 중국 오기 전 중국에 대한 만화책에서 ‘중국은 화장실에 문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 봤어도 실제로 보진 못했는데 중국에서 처음으로 문이 없는 화장실을 보았다. 그밖에 자는 것, 먹는 것 등도 열악했다.

아빠는 여기가 푸동에 있는 무술학교보다 시설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나는 푸동무술학교를 생각하며 ‘그곳은 얼마나 열악하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날부터 덥고 힘든 훈련을 마치고 침대에 누우니 갖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주로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곳에 아이들은 나를 외국인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식당은 어디에 있고, 샤워실은 어디에 있으며 등등.


전자기기 없어 고문 같았던 첫날

다음날 아침 7시 반부터 시작하는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평소 컴퓨터만 하던 나에겐 전자기기가 없으니 고문에 가까웠다. 그마저 있던 휴대폰도 선생님이 잃어버린다며 보관한다고 가져갔다. 전자기기가 없는 나에겐 할 일이라곤 누워있는 것뿐. 누워 있으니 온갖 생각이 났다. ‘너무 힘들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이대로 어떻게 5일을 버티지’등 부정적인 생각들로만 가득 찼다. 할 일이 없으니 엄마가 챙겨준 반기문 유엔총장의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라는 책을 읽었다. 2시 반에 시작하는 수업에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수업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자 다들 밥 먹으러 갔다. 나는 급식에 대한 문제를 무술학교 오기 전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아빠는 “배고프면 뭐든 먹게 되어 있어”라고 말했다. 나는 아직 배가 안고팠나 보다. 저녁밥이 끌리지 않았다. 식사시간이 끝나고 다시 지옥 같은 훈련에 들어갔다. 훈련이 끝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딱딱한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매일 매일이 똑 같은 하루, 매주마다 같은 학교도 지루함을 느끼는데 매일 매일 힘든 훈련을 참고 버텼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가 대견하다.


“왜 여기에 나를 보냈을까”

어느 날 문득 아빠가 “왜 여기에 날 보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네가 너무 게임을 많이 해서 그 죄로 유배를 간 거야”라고 말했다. 그 곳에서의 시간은 약 1.5배 길게 느껴졌다. 훈련과 수업 6시간을 뺀 18시간이 자유시간이었기 때문에 18시간 동안 전자기기가 없는 나로선 할 수 있는 게 자는 것, 생각하는 것, 책보는 것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덥고, 힘들고, 배고프고 지친 5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올 수 있을 때 나는 다시는 이런 곳에 안 온다고 생각했다. 다른 애들은 부모가 일일이 찾아와주는데 난 바빠서 올 수 없다는 사실에 오히려 주변 애들이 더 놀랐다.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엄마가 5일 동안 다섯끼 밖에 못 먹은 나를 위해서인지 스파게티를 해주셨다. 나는 엄마에게 다신 안 간다는 말과 함께 거기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엄마는 다시 안 간다는 것에 부정적이지 않았지만 아빠는 부정적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던 재입소 날

어찌어찌 해서 나는 다시 그곳에 가게 되었다. 다시 내가 고생 한 곳을 오자 눈물이 핑 돌았다. 휴대폰은 다시 보관함으로 갔고, 저번 주에 심심하고 지루한 것을 대비해 난 책 3권을 가져왔다. ‘안철수 이야기’, ‘혜민스님이야기’, ‘뼈를 모으는 소녀’ 확실히 이번 주가 저번 주보다는 나았다. 적응이 됐는지 시간이 지난주 보다는 빨리 지나갔다.

나는 2주 동안 읽은 4권 책의 깨달음이 여기서 얻은 깨달음보다 많다고 생각했다. 자기계발서 3권이 나의 꿈을 찾는데 한발 도움이 되었다. 시간이 많으니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생각할 시간도 많아졌다. 나는 ‘왜 나를 이곳에 보냈을까’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확실히 근본적인 이유는 ‘게임’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론 말이다.


나의 꿈을 향해 한발 더

식습관이 바뀌니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코피가 나고 설사를 하는 등 수업시간에 배가 아파 곤란했던 적도 있었다. 이번 주는 저번주보다 더 밥을 안 먹은 것 같았다. 5일에 훈련이 10번이나 들었는데 나는 그 훈련이 하나 하나 지나갈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다. 1년이 지나도 적응 안될 훈련은 끝이 나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2주 동안 감기가 지속됐기 때문에 몸 상태가 장난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곳에 아이들은 나이가 대체적으로 어린 탓인지 순진하다. 큐브만 맞춰도 신기해 죽을라 한다. 그 아이들은 아무리 자기가 원해서 한다지만 어떻게 그 힘든 훈련을 견디고 살 수 있는지 참 신기했다. 그 곳을 갔다 와서 얻은 건 책, 지식의 소중함,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을 계기로 ‘책은 꼭 읽자’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표석우(상해한국학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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