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중국이 상하이(上海)-항저우(抗州)간 자기부상열차 시공권을 놓고 독일과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핵심기술 이전문제에서 벽에 부닥쳤다.
중국의 경제 격일간지 21세기경제보도는 8일 협상이 경색국면에 빠졌다고 전하면서 "(자기부상열차를) 반드시 건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중국측의 입장에 힘을 실어 보도했다.
중국측 당국자들은 "상하이-항저우 자기부상열차 건설에 시간표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연작전으로 더 많은 이득을 얻어내기 위해 독일측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독일정부는 이달초 중국측이 핵심기술에 대한 접근권과 합자형태의 운영 등 시공권 부여를 대가로 제시한 조건을 거부했다.
중국측 제안에 대한 독일의 강경한 태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지 1주일만에 나온 것이어서 그의 방중 협상에서 이 문제가 풀리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후 중국측은 독일이 2010년 상하이 국제박람회 개막 전까지 자기부상열차를 완공해야 하는 시급성을 이용해 지연전술로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고 판단한 듯 '자기부상열차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란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중국 국가자기부상교통공정기술연구센터 우샹밍(吳祥明) 주임은 "(우리 조건을 수용하기 어렵다면) 건설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중국측은 독일정부가 지원하는 합자기업을 설립해 운영하면서 관련 설비와 부품의 90%를 중국에서 생산하자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기여하는 한편 가장 중요한 기술이전의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건설원가가 절감된다는 점도 포함된다.
반면 독일측은 중국이 정식으로 기술사용권을 사들인 다음 스스로 건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기부상열차 시공권을 대가로 기술이전을 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3월 국무원 비준을 거쳐 상하이-항저우 175㎞ 구간의 자기부상열차건립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저장(浙江)성 발전규획연구원 차이셴룽(柴賢龍) 부처장은 "국무원이 비준한 것은 타당성 조사일 뿐이지 시공이 아니다"면서 "반드시 건설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시공해야 한다는 시간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 기술로 자기부상열차를 시험중이라고 밝히고 시간을 끈다고 독일에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자기부상열차가 무산되면 고속철로 대신하거나 국산 자기부상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은 독일이 제시한 기술이전료가 너무 비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결국 가격절충을 통해 독일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