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결혼한 친구가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했다. 정말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그동안 주중에는 회사를 매여 있고 주말에는 집안 경조사 등을 챙기느라 친구 만날 시간도 없었다. 그래도 애가 둘밖에 없을 때는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집으로 친구들을 부르거나 놀러다니기도 했는데, 셋이 된 이후부터는 그것마저 힘들어졌다. 일단 아이들이 고만고만하다 보니 움직이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이번에도 며칠 전부터 "셋째 낳고 처음…"운운하며 남편을 '이동수단'으로 확보해뒀다. 사실 두 아이를 놀이방에 보내고, 막내만 데리고 가면 남편 없이도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다. 하지만 가족들의 만류에도 무조건 셋을 모두 데리고 가겠다고 우겼다.
"진짜 애 셋을 다 데리고 갈 거야? 친구들도 아이들 데리고 온대? 아무리 친구들이지만 셋 다 데리고 가면 싫어하지 않을까?"
"셋째 낳고 처음 만나는 거잖아. 친구들이 우리 아이들 얼마나 컸는지 너무 보고 싶어할 거야. 그리고 친구들도 데리고 오겠지."
이렇게 자신만만했는데, 혼자 오버하고 말았다. 누구도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어떡하냐? 하나도 아니고 셋씩이나."
모두 전업주부인 친구들은 항상 아이들과 있으니까 이런 날은 떼어 놓고 와도 괜찮겠지. 하지만 매일 함께 있지 못하는 일하는 엄마에게는 '오늘 같은 날'이 아이들에게 콧바람을 쐬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게다가 엄마가 집에 있으면서 아이를 놀이방에 보낸다는 게 양심에 걸려 일부러 데리고 온 것인데. 순식간에 눈치코치 없는 사람이 돼 버렸다.
어쩌랴, 데려다만 주겠다는 남편에게 두 아이를 떠맡길 수밖에. 내가 친구들을 만나느라 남편도 휴가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이를 포대기로 업은 채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만나는 것은 즐겁고, 편하다. 이런 훼방꾼만 없다면.
"애들 울어. 도대체 언제 오는데?" 바로 남편의 전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