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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여행에서

[2012-09-11, 16:29:03] 상하이저널
살다 보면 잊지 못할 에피소드 몇 가지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때론 그것으로 인해 본질을 놓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많은 돈을 들여 가족이 유럽여행을 갔는데 아이는 유명한 미술관에서 넘어진 것을 오랫동안 추억처럼 떠들어대 속상해하는 이웃, 옆에 앉은 아저씨 입냄새가 고약해 아무것도 볼 수도 생각할 수도 없었던 기억들….

올 여름 여행 그날 우리는 칭하이성(靑海城) 시닝(西寧)에서 아침 일찍 깐수성(甘肅城) 샤허(夏河)로 가려고 버스에 올랐다. 꼭 가려는 코스는 아니었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한지인이 그곳이 티벳사원이 있는 해발 3000이상 고지의 맑고 조용한 마을로 한번쯤은 가 볼만한 곳이라고 해 마음을 정했다. 하루에 한번 운행하는 낡은 버스는 그 동안의 세월의 특유한 냄새로 가득했고 난 그곳에서 나의 이런 왕성한 비위를 주신 신께 감사했다.

그때 한 작은 소녀가 아빠와 함께 버스에 올랐는데 까만 피부 양갈래로 딴 머리 잔뜩 긴장된 반짝이는 눈이 인상적이었다. 장난 좋아하는 남편이 이리저리 말을 붙여보지만 아이는 경계하는 눈빛만 보일 뿐 대답이 없었다. 버스는 한자리도 남김없이 꽉 차고 의자 밑에 숨겨 논 간이 나무의자에까지 손님을 태운 후 출발하고 있었다. 갑자기 아이가 일어서 울기 시작 했다. 잠깐 내린 아빠가 오지 않은 것이다.

남편은 아이아빠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기사에게 말을 하지만 그냥 차는 떠나고 남편과 나는 차를 세우라고 소리를 치고 그때 기가 막힌 것은 차를 세우며 아이를 그냥 내리라고 하는 것이다. 남편은 급하게 우는 아이에게 아빠 휴대폰 번호를 묻고 옆에 앉은 승려에게 아이아빠와 통화를 하라고 건네며 실갱이를 할 때 아이 아빠가 담뱃불을 끄며 차에 오르고 있었다. 금새 버스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떠났고 아이도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 잠들어 있었다.

남편과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 낯설기만 했다. 그 안에는 4~5명의 티벳 승려가 있었고 옆좌석의 한 아주머니는 열심히 묵주를 돌리고 있었지만 누구도 어린아이의 눈물에 반응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곳의 언어가 통하지 않아 휴대폰을 건네주었던 그 승려 조차도 무덤덤했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무거운 마음으로 한참을 가다가 문득 오히려 우리가 무언가를 잘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덤덤한 사람들, 아이의 모습을 보고도 미안하고 또 고마움이 없이 덤덤한 아빠의 모습, 그리고 아이의 평화로운 잠, 혼란스러웠다.

5시간 이상의 긴 시간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복잡한 생각으로 밖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것들을 볼 수 있었을까. 한참이 지나고 나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밖의 풍경들에 정신이 쏟아졌다. 끝없는 초원의 말과 양 야크떼들이 풀을 뜯고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들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화, 도무지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 지나 샤허(夏河)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라부랑사’라는 티벳식 사원이 있었는데 금빛기와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찬란한 자태를 보였다. 붉은 천을 두른 승려들은 한결같이 기골이 장대했고 검게 그을린 피부가 더욱 건장해 보이는 청년들이 난 신도가 아니라 그런지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나를 당황하게 한 것은 이곳 저곳 길에 승려들이 쭈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그곳에서 자유롭게 소변을 보고 있었다. 그것도 수행의 일부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겐 약간의 충격이었다.

문화의 차이인지 생각의 차이인지 우리는 어떤 것이든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이 두 가지 일이 낯선 경험이었지만 앞으로 또 다른 어떤 것들이 두렵거나 싫어서 피하기에는 인생은 세상은 너무나 다양하고 알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생각은 더 깊어진 것 같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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