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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선거 체험문 공모 수상작-우수작/김해영]

[2012-10-03, 00:16:52] 상하이저널
 만 19세면 누구나 있는 선거권

김해영(주부)
김해영(주부)
 

만 19세가 되면 누구나 소중한 권리를 쓸 수 있는 선거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 소중한 한 표을 많은 사람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또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고 그렇지 내가 참여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하며 너무도 쉽게 포기하고 만다. 물론 나 역시도 한국에서 살 때나 외국에 나와 사는 지금이나 여전히 선거는 남의 나라 얘기였고, 정치란 나와는 전혀 무관한 얘기였으며 관심조차 갖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올 초 큰아이 대입을 마치고 한가해진 나는 우연히 상하이총영사관 봉사를 하던 중 같이 봉사하시는 분의 권유로 3월말에 시행하는 19대 국회의원선거에 사무원으로 6일 동안 재외국민투표봉사를 하게 되었다.

투표실시 하루 전날 별 생각 없이 참석한 예비모임 첫날, 투표용지가 바로 출력되는 프린터기에 마냥 신기해하며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할지 모르고 그저 서로를 쳐다보는 우리와는 달리 혹여 실수라도 생길까 노심초사하시며 기계가 들어있는 가방을 열고 기계설치 및 투표용지 출력 유권자들의 동선까지 고려하며 하나하나 세심하게 지치지도 않으시고 알려주시며 바닥에 떨어진 종이 하나까지 재차 점검 또 점검하시는 영사님을 보며 나를 비롯한 여러 봉사자 분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무심코 버린 한 장의 투표용지가 곧바로 재외국민투표의 신뢰성에 금이 가게 할 수도 있기에 우리가 하는 일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사실과 함께 이 일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한치의 오차나 실수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여러 차례 반복을 하며 기계설치와 동작을 배우고 외웠다.

제19대 국회의원 재외국민투표 첫날 영사님과 우리 봉사자 분들은 아침 7시에 상하이총영사관에 모여 보안안전을 위해 굵은 자물쇠로 잠겨있는 가방을 풀어 기계를 설치 점검하고 정해진 의례를 시작으로 첫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설렘 반 기대 반인 마음으로 유권자를 기다리는 우리는 긴장을 해서인지 서로 말이 없었고 그래선지 장내는 조용했고 서로를 쳐다보는 시선이 어색해 가뜩이나 경직된 몸이 더 경직됐다.

마치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아셨던지 안하시던 농담을 던지시며 웃음을 주시려는 영사님의 배려가 새삼 고마웠다. 첫날이라 그런지 그리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큰 문제없이 하루를 마감하게 되었고, 날이 지날수록 우리는 유권자 한 분 한 분이 불편한 점 없이 투표하실 수 있도록 우리의 문제점을 보안해 나갔다.

재외국민투표 6일,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짧다면 짧은 시간 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선 외국에 오래 나와 살다 보니 투표하자고 일부러 한국을 갈수 없어 내 평생 투표도 못하고 가는 줄 아셨다며 울먹이는 어르신을 보며 내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포기했던 권리가 어느 누구에게는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권리였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어린 자녀에게 이런 식으로 투표를 진행하고 그 투표결과가 어떤 영향을 사회에 끼치는지 열심히 설명해주시는 학부모님, 본인 자녀가 벌써 만 19세가 되어 선거권이 주어졌는데 첫 투표를 이렇게 엄마아빠와 같이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다 커버린 자식이 아쉬우면서도 자랑스러워 하셨던 분을 보며 투표장이 교육의 장소가 되어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4시간을 투표하겠다는 일념으로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왔다고 큰소리로 자랑하시는 분, 먼 길 마다 않고 와서 비록 투표장소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지만 이런 뜻 깊은 자리에 인증샷은 필수라며 밖에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던 기특한 대학생 친구들, 가족소풍을 겸해 상하이로 와서 투표도하고 영사관 견학도 하며 아이들과 즐거워하던 모습을 생각하니 이번 재외국민 투표는 선거라고 하기보단 해외에 나와 사는 교민들에겐 하나의 축제와도 같았을 것 같다.

물론 6일간의 재외국민투표가 45.7%로 끝나고 많은 분들이 경제적 시간적 손실이 너무 크다며 여러 가지 불합리성을 토로했다. 그러나 누가 그랬던가 해외에 나가게 되면 누구나 자연스레 애국자가 된다고, 그래서 인지 한국에서는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있는 선거권, 평상시에 별스럽게 중요시 생각지 않았던 나의 선거권, 가까운 동네 교회나 학교에 선거하러 가는 그 시간도 귀찮아 잠을 자는 것이 더 낫다고 하며 무심코 버린 나의 선거권이 지금은 먼 거리를 자기경비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그저 자신의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용지를 자랑스럽게 쳐다보며 뿌듯한 마음으로 투표하고 가시는 많은 분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고개 숙여지고, 나의 선거권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는 좀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많은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재외국민투표가 또다시 비용을 이유로 시간을 이유로 유야무야 없어지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해영(lgse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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