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 사는 가족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주재원이나 사업차 와서 온 가족이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집이 대부분인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주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전에 알고 지냈던 조선족 아가씨가 2년 동안 한국에 돈을 벌러 갔다가 돌아왔다. 그녀는 외국어 학원에서 중국어를 가르쳤는데 지금 한국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국어 배우는 것이 붐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깝고 유학 비용도 저렴한 상해는 교육을 위해 건너 온 엄마와 자녀만으로 구성된 가정이 꽤 많다. 그들은 비교적 씩씩하게 잘 지내는 편이다. 그런데 나는 가끔 걱정이다. 한국에서 혼자 지내는 아빠 기러기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을 것 같아서이다.
반대로 아빠가 아이들만 데리고 있는 집도 있다. 부인이 한국에서 전문직 직업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포기하기가 어려워 한 달에 한 두 번 왔다갔다한다는 것이다. 이런 집은 아빠가 무척 자상하고 아이들에 대한 교육열도 대단하다. 집에 살림해주는 아줌마들이 흔하니 이것도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자녀들은 한국이나 외국의 대학을 다니고 달랑 두 부부만 여기서 사는 가족도 있다. 이런 집은 특히 서로를 잘 챙겨주며 금슬도 좋아 보인다. 내가 아는 한 분은 특별한 일이 없으시면 낮에 집에 들어와 점심을 드시거나 가까운 곳에서 두 분이 점심을 함께 하신다. 남편에게 점심 프로포즈를 받은 기억이 희미한 나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황포강이 내려다보이는 분위기 좋은 집에 사는 한 친구는 남편의 잦은 외국출장으로 한 의 반은 '나홀로 집'에서 지낸다. 가끔 같이 저녁을 먹거나 포도주라도 마시며 음악 듣는 재미도 좋지만 나에게는 아직 수학 숙제를 봐줘야 하는 아들이 있어 그 시간도 그리 흔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또 있다. 아빠의 공장이 외곽에 있거나 지방이라서 자녀들 교육을 위해 중국 내에서 떨어져 사는 가족, 혼자 사는 총각 주재원, 중국관계 일을 하는 미혼 여성까지…
그런데 가족이란 게 뭔가? 그들 모두는 '그리움'이란 감정을 공기처럼 마시고 산다. 그래서 안스럽고 안타깝다. 미래의 결과를 위해 보통 가족의 행복을 희생하는 지금의 상황이 탐스런 열매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 포동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