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국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예상되는 산업계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비리가 있을 경우 예외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13일 홍콩 대공보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부패척결팀은 12일 당 부패방지 부서 관계자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업계 비리 척결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중점 비리척결 대상으로 건설.토지사용 인허가, 제조업 생산과 교역, 의료품 매매, 정부 조달, 자원 개발, 판매대리점 등 7개 부문을 명시했다.
이에 앞서 베이징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11일 올림픽 건설 책임자인 류즈화(劉志華.57) 베이징 부시장을 부패 혐의로 파면했다. 그는 베이징시의 건설.주택.교통 및 체육시설 건설을 담당하면서 업계에서 수차례 뇌물을 받고 퇴폐적인 생활을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인 허융(何勇) 부패척결팀장은 이날 회의에서 "업계와 관계기관, 혹은 기업 간 오가는 뇌물이 이전보다 액수가 커지고 광범위해져 이대로 갈 경우 부패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며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 비리관행을 개선하라"고 강조했다.
부패척결팀은 업계를 대상으로 암행조사활동과 함께 내부비리 제보를 활성화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비리 제보자에 대한 철저한 신분보호와 포상이 포함돼 있다.
중국 위생부도 12일 의료계에 만연한 수수료 관행이 의료수가를 높여 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의료계 비리 척결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위생부는 이를 위해 다음달부터 의료계 전체가 동참하는 도덕성 회복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중국병원협회 등 중국의 6개 의료 관련 협회가 참여해 600여만 명의 의료계 종사자들을 상대로 앞으로 커미션과 뇌물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위생부는 이와 함께 다음달 중 지금까지 자체 내사해온 의료계 비리 사건을 발표하고 관련자를 엄벌해 향후 비리 척결의 본보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이징 천안문병원의 한 의사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지에 "터무니없이 낮은 의사들의 월급을 대폭 올려주지 않는 이상 약품회사와 병원의 커미션 수수관행은 근절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저우(廣州) KOTRA 함정오 관장은 "중국에 진출한 5만여 한국 기업들의 비즈니스 관행이 많이 개선돼 크게 걱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의 부패척결 의지가 강한 만큼 오해 소지가 있는 거래를 자제하고 사소한 위법사항에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