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병원에서 의료진을 상대로 한 폭력 사건이 증가해 우려를 낳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인들이 자신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폭력을 가하는 일이 늘어나 중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의 통계를 보면 2010년 병원에서 의사가 피해를 본 폭력 사건은 1만7천여건에 이른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중국 의사 6천 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를 통해 응답자 중 59%가 환자나 환자가족으로부터 언어폭력을 경험했으며 6%는 물리적 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베이징에서는 수술 후 종양을 제거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한 암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주치의를 공격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중국 전역에서 비슷한 사건이 끊이지 않자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하기 위해 하얼빈(哈爾濱) 중급인민법원은 의료진 한 명을 살해한 리멍난(18)에게 19일(현지시간) 종신형을 선고했다.
리멍난은 지난 3월 척추 치료 문제로 병원 관계자와의 말다툼 끝에 의료진 4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인턴의사 왕하오(28)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WSJ는 의료서비스가 사회복지체계의 핵심적인 부분임에도 중국의 질 낮은 의료 수준 때문에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평균수명의 연장, 만성질환자 급증으로 중국 내 의료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의료체계가 이에 맞춰 발전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의 자료를 살펴보면 중국은 2010년 환자 1천 명당 의사 숫자가 1.4명에 불과하며 이는 2.4명인 미국보다도 낮은 수치다.
환자가 잘못된 치료·수술로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도 중국 병원 내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또 다른 원인이다.
맥킨지의 보건 분야에서 일하는 왕진은 중국은 의료 분쟁을 해결할 법적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며 "중국 환자는 의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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