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전시물처럼 똑같은 일상의 쳇바퀴 속에서
별다른 감흥없이 살아가던 저를 깨워놓은
풍경이 있었습니다.
쌀쌀한 기운이 채 물러나지 않은 3월 초의 아침.
버스 정류장에 한 무리의 여고생들이 모여 있었죠.
새학년, 새학기...
그러니까 그땐 뭐든 새로 시작하는 때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까르르 까르르 웃어대며
수다떨고 있는 걸 무심히 바라보다가
'참 예쁘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답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무어그리 즐거운지
쉽게 좋아하고 감동하며 또 슬퍼하는 시절.
그럴 줄 아는 시절.
세상을 대하는 감정이 아직은 날 것에 더 가까운 때이지요.
저 역시 그땐 그랬으니까요.
그들의 솔직담백한 싱그러움을 보고 난 뒤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일상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3월이었습니다.
글_안지위
ⓒ일러스트_표병선(상하이저널디자인센터장) pyonsu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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