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겨울맞이

[2012-11-28, 23:00:00]
지금 이맘때쯤 꽃시장에 가면 어디를 가나 크리스마스 장식품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무심결에 지나치려 해도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지고, 들여다보며 미소 짓고, 어느 결에 만지작거리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참 예쁘다. 참 좋다. 참 따뜻하다.

연말이 다가오는 정서가 크리스마스와 맞물려 어둠을 밝히며 영롱하게 빛나는 촛불의 따뜻함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이맘때쯤이면 집 안 곳곳에 크리스마스 소품을 늘어놓고,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아이들과 꾸미는 시간을 갖는다. 꼬마전등에 노란 불빛이 밝혀질 때면 우리 가족 모두 그 따뜻한 불빛에 녹아든다. 거기에 밤에 촛불 하나 켜 놓고 잠자러 갈 때면 이맘때 아이들은 이 땅 위에 잠시 내려온 천사들 같다.

그리고 11월이 다 저물어가는 이 무렵이면 중국에서는 좀체 구하기 힘든 유자를 전해주는 이가 있다. 거짓말이 아니라 중국 유자는 한국의 배만 하다. 속에 든 씨도 커서 아이들과 함께 씨를 빼고, 즙을 짜고, 잘게 채 썬 다음 설탕에 재우는 일을 함께할 때면 온 집 안이 유자향으로 가득 채워진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집안 곳곳에 장식한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꼬마전구의 노란 불빛과 함께 집 안 가득한 유자향이 올해 우리 막내에겐 유독 특별했나 보다. 유자차 담그기가 끝나갈 무렵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엄마, 날씨는 추운데 우리 집은 더욱 따뜻해져 가는 것 같아요. 겨울을 준비하는 것 같아. 호호호.”
아이의 이 한마디가 갑자기 온 집 안의 온도를 3도는 올려놓은 듯 훈훈해졌다. 여덟살 이 아이의 눈에 우리 집의 11월, 12월은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왔나 보다. 매년 하던 일이라 의식하지 못했는데, 아이의 말 한마디가 갑자기 무의식적으로 하던 일들에 따뜻함을 불어넣고 행복감을 배가해준다.

12월 중순을 넘어서면 남들 보기에는 꽤 많은 김장을 한다. 우리 집 겨울맞이의 방점을 찍는 날이기도 하다. 김장을 마치고 나면 비로소 겨울이 오는 듯한 착각. 아이 말처럼 겨울맞이를 김장으로 막 마치고 나면 겨울나기 걱정이 없어진 느낌이랄까? 넉넉한 유자차와 김장을 이웃과 나누며 그렇게 겨울이 시작된다.

중국에 산 지 오래되다 보니 고국의 단풍 든 산을 사진으로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가을을 맞곤 하던 나다. 그래도 올해는 그나마 나은 게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빌어 한국의 실시간 가을을 본 덕에 감상에 덜 젖은 듯하다. 겨울을 재촉하는 듯한 비가 상하이의 대지를 적시고 있다. 겨울맞이를 하다 보니 고국을 그리워하게 만들던 가을이 이별을 고하며 2012년의 마지막 계절의 자리를 겨울에게 넘기고 저만치 사라져가고 있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나도 깨닫지 못한 겨울맞이 덕에 무척 행복한 2012년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Rennrennyhan@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국과 브라질의 관계 hot 2014.07.22
    제6차 브릭스(BRICS) 및 남아메리카 국가 연합(UNASUR) 정상회담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7일 지우마 호세프(..
  • 중국과 인도의 전략적 협력 hot 2014.07.21
    브라질 북동부 포르탈레자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신임 총리와 회견을 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인도..
  • 중국인 선물, 알고 해야 실수 없다 hot [1] 2014.07.21
    선물이란 주는 사람의 정성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의 마음도 뿌듯하고 흐뭇해야 제 구실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숫자나 색상, 물품 등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
  • 중국 제조업 생산비용, 미국과 비슷한가? hot 2014.07.16
    15일, 중국 상무부 기자회견에서 중국 제조업의 생산비용이 미국과 비슷해졌다는 한 언론사의 의견이 있었다. 이에 대해 선단양(沈丹陽) 상무부 대변인은 “최근 노동..
  • 중국 경제의 두 얼굴 hot 2014.07.16
    중국 중앙정부는 ‘미니부양책’과 ‘방향성 있는 조정’으로 경제 전환을 이끌고 있고, 지방정부는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기 부양’ 기치를 내걸었다. 연초..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3.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4.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5.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6.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7.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8.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9.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10. 금값 3년만에 최대폭 하락… 中 금..

경제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3.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4.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5.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6.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7.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8. 금값 3년만에 최대폭 하락… 中 금..
  9. 中 하늘 나는 ‘eVTOL’ 상용화에..
  10. 샤오미, 3분기 매출 17조…역대 최..

사회

  1.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2.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3.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4. 상하이 심플리타이, 줄폐업에 대표 ‘..
  5. 유심칩 교체 문자, 진짜일까 피싱일까..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2.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3.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4. 상하이 북코리아 ‘한강’ 작품 8권..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
  3.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4.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5.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6.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7. [허스토리 in 상하이] 떠나요 둘이..
  8. [산행일지 9] 세월의 흔적과 운치가..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