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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 중국에 대한 고마움만 가지고 떠나요

[2006-02-15, 21:57:38] 상하이저널
상하이 생활 8년만에 귀국하는 김종민씨

8년만의 상하이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김종민씨를 만난 곳은 홍징루의 꽃시장이었다. 중국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기념품을 고르러 온 것이다. "남편회사 상황이 가족을 데려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제가 우기고 와서 처음에는 한국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았지요. 게다가 제가 상하이에 왔던 97년은 지금과 비교 할 수도 없지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상해로 부임한 남편 최한배씨(대주전자재료 총경리)를 따라 상하이로 오게 된 김종민씨는 남편의 회사에서 남편이 먼저 상하이에 가서 공장을 설립 한 다음 어느 정도의 매출이 있은 다음에야 가족을 합류하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중 2였던 아들에게 아빠가 절실하게 필요하였고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겠다는 각오와 다짐으로 회사와 남편을 설득하여 상하이로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도 가족의 힘으로 이겨 내겠다는 각오 때문이었을까, IMF의 강풍을 만나 공장 건축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자 낡은 공장을 빌려 회사를 설립하고 가동을 할 때 김종민씨도 같이 동참을 하여 무보수로 일을 하였다.

"제가 회사에서 같이 일을 한건 순전히 남편보다 중국어가 조금 더 나아서였습니다. 물론 지출도 줄일 겸, 간단한 출납과 회계일을 했지요. 공장설립 때까지는 집에서 건너방 하나를 치워 면접도 보고 그랬는데 6개월 배운 중국어지만 학교에서 배운거라고 남편보다는 더 나았다"며 웃었다. "그땐 정말 중국사람과 비슷한 생활을 했지요. 사는 곳도 신장 공업구 근처로 그 동네에 사는 최초의 외국인이었지요. 오죽하면 아는 분 만나러 구베이에 갔는데 거기는 중국이 아니라 서양 어느 도시에 온 것 같더라니까요." 상하이의 그 더운 여름을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로 버티는 등의 악전고투 속에 1년반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을 때 남편과 함께 정말 감격스러웠다고 한다. 그 후 회사는 발전을 거듭해 2001년에는 공장을 신축하였고 청도와 광주에도 공장을 추가 건설하게 되었다. "회사 설립 초기 어렵던 시기를 극복하고 정상화 될 때까지 보수는 한 푼도 받지 않았지만 중국 생활의 자신감이라는 더 소중한 것들을 얻었지요. 회사에서 중국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오히려 중국어도 많이 늘었구요. 지난 날의 고생이 지금 나의 발전의 동력이 된거죠."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상해사대 어학원에서 고급과정까지 이수한 김종민씨는 "한국에 가서도 계속 일을 할거예요. 나이가 있으니 쉽진 않겠지만 상하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과 교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보수나 조건은 따지지 않고 먼저 도전하고 성심껏 노력하면 실력을 인정 받게 되고 그러면 다음은 다 자연히 해결되는거 아닌가요?"라며 "상하이에 주재하는 한국 여성들을 보면 안타까울때가 정말 많아요. 너무나 능력있고 뛰어난 사람들이 그저 타이타이로, 사모님으로만 시들어 가는 사람이 많아요. 남편이 차 보내주지 않으면 외출도 못하고 그렇게 남편만 바라보며 사는 것을 호강이라 생각하지 말고 과감히 자기의 일을 찾아 나섰으면 좋겠어요. 푼돈이라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큰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경험들을 쌓게 되는 것입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삶에 도전하는 한국 여성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정말 중국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어요. 중국에 살지 못했다면 체험하지 못했을 삶의 자신감을 배우고 가요. 회사 창업 때부터 같이 한 동료 직원들 그리고 중국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어요." 한국에서도 한국과 중국을 잇는 교류 역할을 기대해 본다.

▷ 나영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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