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국 당국이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오던 중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외자기업에 대한 세금을 높이고 내자기업의 세금을 낮춰 그 격차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내.외자 기업 소득세 단일화 제안'이 중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1호 제안으로 상정됐다고 중국 언론들이 6일 보도했다.
중국은 현재 외자유치를 위해 외자기업이 중국에 들어온 후 1~2년엔 소득세를 면제하고, 3~5년에는 세금의 절반을 경감해 주고 있다. 또 외자기업의 소득세율은 최저 15%로, 내자기업 33%의 절반 수준이다.
진런칭(金人慶) 중국 재정부장은 "이번 제안은 중국 정부가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던 것"이라며 "내자기업에 대한 소득세율 인하로 세수감소가 예상되지만 다른 쪽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방법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중국 내에선 외자기업에 대한 특혜로 인해 내자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커져왔다. 또 외자기업들의 세금 탈루가 심각해 이들에 대한 특혜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중국 세무당국에 따르면 매년 외자기업의 세금 탈루액은 1270억 위안(약 15조 4000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올 초 중국 국세심판위원회 왕리(王麗) 부위원장은 "투자유치를 위해 제공해온 외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이 국제관행에 맞지 않고 국내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계 기업들은 최근 중국 당국이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광범위하게 실시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 내에 달러화가 넘쳐나면서 위안화 절상 압력이 높아지는 등 중국의 달라진 경제위상도 외자기업에 대한 혜택 감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외자기업에 대한 특혜 정책을 바꾸게 된 것은 개혁.개방을 시작한지 20여년이 지나면서 자본 축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될수록 외국 기업에 대한 혜택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인대 상무위원회 계획에 따르면 기업소득세법안에 대한 심의는 오는 8월 시작해 올해 안에 3차례의 심의를 마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연말께 수정된 감세정책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