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빡빡한 일정으로 가득 찬 요즘 아이들에게 겨울방학은 성장을 위한 황금 같은 기회다. 물론 방학이라고 해도 옛날처럼 밖에서 마냥 뛰어놀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가 줄고 평소에 부족했던 수면과 운동을 보충하며 바른 식습관을 들일 수 있는 기간이다. 다가오는 봄, 훌쩍 큰 아이를 보려면 겨울방학 동안 엄마는 아이 성장의 주치의이자 파트너로서 어떻게 해줘야 할까?
◇ 겨울, 성장 에너지를 저장하는 계절
- 한의학에서는 자연과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추수하며 저장하는 변화의 흐름, 즉 ‘생장화수장(生長化收藏)의 단계’를 1년 동안 거친다고 본다. 겨울은 ‘藏(숨길 장)의 계절’로, 자연이 결실을 맺고 기운을 속으로 응축해두는 것처럼 사람도 몸속에 에너지를 저장해놓는 때다. 겨울동안 에너지를 충분히 충전해야 생명력이 활발해지는 봄과 여름에 성장할 수 있는 기운이 강해지는데, 우리 아이가 겨울방학 동안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몸의 에너지 충전도는 달라질 수 있다.
◇ 밤에 잘 자야 성장호르몬 분비 팍팍
- 방학에는 비교적 생활이 자유로워져서 생활리듬이 깨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밤 10시~새벽 2시 사이에는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가장 많을 때이므로 꼭 잠들어 있어야 한다. 늦게 잠들어서 오전 시간대에 잠을 더 잔다고 해도, 이때에는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적기 때문에 효과가 별로 없다.
밤늦게 먹는 것도 피하도록 하자. 자기 직전에 먹는 습관은 숙면을 방해할 뿐 아니라 체중이 많이 늘면 렙틴이라는 비만세포를 자극해서 사춘기를 앞당겨 성장을 빨리 멈추게 할 수 있다. 또한 겨울에는 춥다고 실내에서 움츠리고 있기 쉬운데, 운동으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는 것이 성장에 좋다. 햇빛이 좋은 낮에는 밖으로 나가 가벼운 조깅을 하고, 실내에서는 스트레칭을 해서 자세를 바로 잡아주자. 자세가 구부정해기 쉬운 겨울에는 척추가 비뚤어져서 성장에 방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담백한 생선·살코기로 영양을 풍부하게
- 방학 때는 하루에 2끼 이상 집에서 먹는 경우가 많으므로 식단에 신경 쓰면 아이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단백질, 철분이 많이 든 두유나 우유를 하루에 2~3컵 정도 꾸준히 먹이자. 두유는 당분이 거의 들지 않은 것으로, 우유는 저지방 우유로 고르는 것이 좋다.
고등어, 정어리 등의 등푸른 생선은 단백질 공급과 더불어 아이의 두뇌발달에도 좋다. 염분이 많은 자반보다는 신선한 생선에 약간 소금간만 하고 구워 1주에 2~3토막 정도 먹이도록 하자. 육류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골고루 먹이되 지방은 떼어내어 살코기만 먹이고 쌈 채소를 곁들여주는 것이 좋다. 간식으로는 귤을 주도록 하자. 제철 과일이라 한창 맛있는데다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어 성장에 도움이 된다.
◇ 부모·형제보다 늦게 자라는 아이, 검사 받아야
- 이렇게 생활관리만으로 아이가 걱정 없이 잘 자란다면 좋겠지만, 하루 빨리 검사를 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우선 평소에 친구들보다 작았던 아이들은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성장 치료는 꾸준히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치료 기간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겨울방학에 검사를 받고 관리할 것을 권한다.
특히 반에서 키 번호가 5번 안에 드는 아이(중고생의 경우 10번 안에 드는 아이), 부모•형제들보다 느리게 자라는 아이, 1년에 4cm 미만으로 자라는 아이 등은 주의하자. 이런 아이들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남자는 170cm 이하, 여자는 155cm 이하로 자랄 가능성이 높으므로 더욱 빠른 관리가 필요하다.
◇ 신장•비위•폐 등 성장부진의 근본적 원인 치료하기
- 한의학에서는 아이의 오장육부의 기운이 어떤지에 따라 성장에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약한 신장의 기운으로 인해 뼈대와 근육의 발달이 부진해 성장이 늦는 아이, 비위가 약해 잘 안 먹어서 안 크는 아이, 폐의 기운이 약해서 잦은 호흡기 질환을 겪고 비만해지기 쉬운 아이 등이 대표적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한 후, 이에 따라 녹용, 녹각, 오가피 등 성장에 좋은 한약재들을 이용해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주는 치료를 한다. 만약 아이의 영양 부진이 의심된다면 간단히 머리카락의 미네랄 검사를 통해 아이의 영양 상태를 체크하고 성장에 필요한 철분, 아연, 마그네슘 등의 무기질제를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방학은 2달이라는 긴 시간을 온전히 계획할 수 있는 때이므로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고 잘 관리하면 학업과 건강 모두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엄마의 2달 고생이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니만큼, 이번 겨울방학에는 아이의 성장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시기가 되었으면 한다.
▷조재환(상해함소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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