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또 한 해가 갔습니다. 문득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짧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미우라 아야꼬의 글 중 이른 아침 눈 쌓인 운동장 한가운데로 나있는 비뚤비뚤한 발자국을 보고 나만은 곧게 걸으리라 다짐하며 한참을 걷고 난 후 뒤를 돌아보니 자신의 발자국 또한 비뚤비뚤 나 있었다는 내용이 생각납니다.
한 해를 뒤돌아보니 잘 한 것 보다는 후회되는 일이 더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후회되는 일을 결코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렵니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나의 비뚤비뚤한 발자국이 되어 있음을 보고 실망하고 낙담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할지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 것은 그 실패 또한 또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 되어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실패함이 나의 생각하는 범위를 한층 더 넓혀 주었음을 오히려 감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 또한 아직은 미완성의 작품임을 알기에 장차 완성된 작품을 기대하며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그런데 그 실패의 유형을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원인이 나의 조급함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빨리 먹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아직 익지도 않은 감을 따서 먹으려고 시도하다가 그 떪음으로 인해 먹지도 못하고 버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딱딱한 번데기 껍질을 벗기기 위하여 몸부림을 치며 애를 써서 나오는 장수풍뎅이의 모습을 차마 오랫동안 볼 수 없어서 껍질을 대신 까주어 장수풍뎅이를 죽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나의 조급함과 싸워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끝까지 기다리고 기다려 주어야 하는데 그 시간을 견딜 수 없어서 아이들을 닥달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못한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긴 인내로서 기다려 주어야 하는데 나의 성급함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때도 있습니다. 비롯 아이들은 그 순간 또는 바로 한치 앞만을 내다보며 자신의 성격, 행동, 성적 등으로 인해 마음이 조급해 할지라도 교사는 아이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인내로서 격려하며 그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격려를 해 주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소를 부려 밭을 곧게 갈기 위한 농부의 노하우는 시선을 바로 아래에 두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쪽에 있는 큰 나무에 시선을 고정하여 그 방향만을 향해 쟁기질을 한다고 합니다. 숙련된 농부라 할지라도 시선을 바로 아래쪽에 두면 결코 밭을 곧게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올 한해 나의 비뚤비뚤한 발자국을 보며 아이들의 미래를 행해 내 마음과 눈과 생각을 두지 않고 눈 앞에 보이는 것들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봅니다.
천사반 부모님도 우리 아이들이 아직 미숙하고 완전하지 않다 할지라도 아직 완전한 작품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완전한 작품으로 만들어져 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천사반 아이들 하나하나에 “조심해서 다룰 것! 위대한 작품으로 완성되어가는 중임”이라는 보이지 않는 글씨로 새겨진 푯말이 있다는 사실을 꼭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또한 조급함이 아니라 아주 오랜 기다림으로 우리 천사반 친구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들을 지켜볼 때 눈앞에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장차 변하게 될 미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기대와 기쁨과 감사함으로 지켜봐 주시길 기대해봅니다.
그 기다림이 하루 동안의 기다림일 수도, 몇 년간의 기다림, 더 길게는 평생의 기다림일 수도 있겠지만 기다림 또한 또 다른 사랑의 표현방식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들의 조급함이 아이들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겨질 수 있으며 아이들은 깨지기 쉬운 질그릇과 같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아직은 미완성작품이니 조심해서 다룰 것! 위대한 작품으로 완성되어 가는 중임”
▷김한나(상해한국학교 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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