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FEL 시험 문제에서까지 일본해로 등장
지난 1월 26일 ETS에서 주관하는 토플 시험이 치러졌다. 날씨는 매서웠고 나는 장갑까지 끼어가며 토플 시험장에 들어섰다. 8시 반 입실. 그리고 곧 시험이 시작되었다. 머리 끝에서부터 긴장이 흘러 나와 발끝까지 저렸다. 나는 등받이도 없는 의자에 앉아 열심히 한 파트 한 파트 문제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Reading 두 번째 파트. 첫 번째 지문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던 터라 더욱 더 집중해서 풀어야 했다. 그런데 문제를 풀던 나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일본의 기후에 대한 두 번째 지문의 보충자료로 나온 지도에,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의 바다가 동해가 아닌 일본 해(Sea Of Japan)로 떡 하니 표기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푸는 내내 화가 났다. 무사히 토플 시험을 마친 이후로도 분은 삭여지지 않았다. 같이 시험을 보았던 친구들도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세계 여러 나라 역사 교과서나 기사에도 가끔씩 일본해로 잘못 표기되곤 하는데 이젠 전 세계인들이 보는 토플 시험 문제에서까지 동해가 일본 해로 둔갑됐다. 우리나라 국력의 한계도 느껴졌다.
동해는 대한민국과 일본의 중간에 위치한 양국의 공동수역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당하면서, 이는 일본해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주권을 되찾자,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수역을 동해로 표기할 권리를 찾게 되었다. 이후, 세계 최대의 지도 제작사인 내셔널 지오 그래픽, 그래픽 맵스, 론리 플래닛 출판사에서 ‘동해’라고 표기할 것을 약속했고, 이미 웹사이트상에서 동해표기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를 모르고 시행하지 않는 곳이 많다.
누군가는 동해가 일본 해가 된다고 해서 남의 나라 바다 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문제가 있냐 반문할 지 모르지만 올바른 동해표기는 그처럼 단순한 일이 아니다. 동해표기 운동은 독도문제와 더불어 일본제국주의의 잔재를 없애려는 국민적 노력이다. 만일 동해를 일본해로 잘못 표기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플 시험을 치고 난 후, ETS에 메일을 보냈다. 일본 해 표기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보내면서도 화가 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은 일이지만 내 손으로 동해표기 운동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탠 것 같아 뿌듯했다.
우린 지금 다른 나라, 중국에서 산다고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고 사는 경우가 가끔 있는 것 같다. 메일 하나 보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동해 표기 혹은 우리나라와 관계된 어떤 불공평한 일에 대해서도 혼자서만 화내고 잊어버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고등부 학생기자 김성태(상해한국학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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