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문에 '일본인·개 안 받는다' … 중국, 도 넘은 반일 감정 표출 논란
'일본인과 필리핀인, 베트남인, 개는 받지 않습니다.'
중국 베이징(北京)시의 한 식당에 나 붙은 이런 안내문이 중국에서 반일 감정에 대한 찬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안내문이 관광명소인 궁왕푸(恭王府) 부근 식당 바이녠루주(百年鹵煮) 창문에 등장한 것은 지난해 11월. 앞서 인근 다른 식당인 허젠뤼러우(河間馿肉)에도 같은 안내문이 내걸렸다. 이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중국인의 적대적 감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은 확산되는 추세다. 중국에선 지난해 9월 일본이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열도) 국유화를 결정하자 격렬한 반일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식당이나 택시에서 일본인을 거부하는 사례들이 이어졌다. 일본상품 불매운동으로까지 퍼진 반일감정은 이후 잠시 주춤했으나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자극적 발언에 다시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식인들 사이에선 반일감정에 대한 자성론이 일고 있다. 렉스 자오 일본 고베(神戶)대 교수는 2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중국은 성장하는 30년을 보냈지만 아직도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중국은 여전히 일본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도가 소련보다 영국의 시스템이 더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식민지였다는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영국이 아닌 소련을 모델로 삼았던 과오를 중국이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오염, 공무원의 부패, 식품안전 대책 등도 중국이 일본에서 당장 배워야 할 분야로 제시했다.
'일본인과 개는 출입금지' 안내문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이 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이런 것을 과연 베이징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부끄럽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네티즌은 "국제도시 베이징이 외국인을 환영하는 방식은 이런 것인가"라고 물었다. 사진을 올린 네티즌은 "당국이 부패와 환경오염에 대한 민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외국에 대한 적개심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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