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노트북을 열며’ 코너에 ‘화웨이(華爲) 현상’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건 2010년 2월이었다.
중국의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의 무서운 기술 추격을 다뤘다. 당시 화웨이는 업계 세계 최대 업체인 에릭슨과 경쟁해 에릭슨의 모국 스웨덴의 차세대 통신망 구축 사업을 수주해 충격을 줬었다. 그 해 화웨이는 에릭슨, 노키아지멘스네트워크 등에 이은 제3위 통신장비 회사로 등장했다.
3년이 지난 지금, ‘화웨이 현상’ 속편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IDC와 가트너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삼성•애플에 이은 세계 3위 스마트폰 메이커로 등장했다. 3년 전에는 존재감조차 없던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화웨이뿐만 아니다. 또 다른 중국 통신장비 회사인 ZTE(中興)는 5위를 기록했고, 2010년 시장에 진출한 레노버(聯想)는 중국 시장에서 1위 삼성을 바짝 쫓고 있다. 중국의 휴대전화 기술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저가 시장에서 일고 있는 ‘찻잔 속 태풍’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가전 전시회인 ‘CES2013’은 이 같은 인식이 틀렸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화웨이는 이 전시회에서 ‘어센드D2(ASCEND D2)’라는 모델을 선보였다. 고가 시장을 겨냥한 야심작이었다. ‘화웨이가 고가 시장을?’, 전시회의 최고 이슈 중 하나였다. 이 제품은 지금 중국에서 4000위안(약 70만원)에 팔리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3’보다 오히려 400위안가량 더 높다. 그럼에도 중국에서는 어센드 매입 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화웨이는 삼성에 비하면 한참 뒤진다. 세계 시장점유율로 보면, 삼성이 약 29%인 데 비해 화웨이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중국은 아직 멀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에게는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내수 시장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떠올랐다.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해 들어가는 게 중국 기업의 정해진 수순이다. 그 전략에 밀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개의 세계 1위 시장점유율 품목을 중국에 내줘야 했다. 게다가 화웨이는 매출의 10%를 기술 개발에 투입하는 등 혁신형 기업으로 거듭났다. 어지간한 부품은 스스로 만든다. ‘중국은 짝퉁의 나라’라는 시각으로는 화웨이 현상을 읽을 수 없다.
3년 전, 화웨이가 세계 통신장비 시장 3위 회사로 오를 때까지만 해도 업계는 ‘설마 1등까지야…’라고 했다. 그러나 화웨이는 지난해 에릭슨을 제치고 매출액 1위 업체에 올랐다. 휴대전화라고 그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스마트폰 시장의 ‘화웨이 현상’을 주목하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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