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중국 가정, 올해 뭘 사나 봤더니
경제지표는 회복세라지만 민간의 체감경기는 한겨울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1분기가 거의 다 지나가는데 아직도 경기가 이 모양이냐는 조바심도 든다. 3월 HSBC은행이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7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전달 수치가 50.4에 그치는 등 아직까지는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중앙방송국 경제채널(CCTV2)이 중국 전역의 십만 가구를 대상으로 올해 씀씀이 계획이 어떤지를 조사했다. 전국 104개 도시와 300개 현을 대상으로 설문지 10만장을 엽서형식으로 뿌려 올해는 무려 그중 8만 6천장을 회수했다. 대도시는 물론이고 농촌, 변경지역, 목축지대 등 중국 전역에 설문지를 골고루 살포했으니 그 결과가 여느 조사결과보다도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설문결과를 보면, 올해 중국가정에서 구매할 계획이 있다고 가장 많이 지목한 품목(서비스)은 가전제품이었다. 가전제품이 전체 응답의 39%, 여행 32%, 디지털 제품 31%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 일반가정의 가전 보유량이 이미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가전 구매욕구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보면, 신규 구매수요보다는 저가 제품을 고가 제품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CCTV2가 실시한 예년의 설문조사에서는 중국의 일반가정에서 지난 3년간 사고 싶은 제품 3위안에 자동차가 꼭 포함되어 있었지만 올해는 순위가 8위로 급락했다. 자동차 구매욕구가 한풀 꺾인 것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몇 년간 순풍에 돛단 듯 급속한 성장을 보였으나 전국적으로 자동차 보유량이 1억 2천만대에 이르면서 둔화세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전반적인 구매욕은 예년같지 않지만 소비수준이 업그레이드되어 올해 자동차 시장에서는 25만 위안 이상 가격대 차량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구매를 고려하는 자동차 브랜드에 대해 독일계 자동차가 1위, 2위는 중국 토종 브랜드, 3위는 미국계, 4위는 일본계, 5위는 한국계로 나타났다. 일본계 자동차 순위가 4위까지 밀려난 것은 최근 중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계 자동차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계 자동차 구매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의 45%가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 것만 봐도 그렇다.
중국인들이 2012년 하면 떠올리는 비즈니스 관련 사건•사고 1위는 일명 속성 닭 사건으로 성장촉진제를 투여한 약물중독 닭들이 패스트푸드점에 버젓이 유통되어 충격을 주었던 사건이다. 2위는 백주 가소제 사건으로 지우구이(酒鬼)주에서 디부틸프탈레이트(DPB)가 기준치의 266% 넘게 검출되어 지우구이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파문이 일었던 사건이다. 1, 2위 모두 식품안전 문제라는 점에서 증국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32%로 가장 높았다. 이것이야말로 아직까지 체감경기가 어떤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같아 무척 씁쓸하다. 뒤를 이어 펀드가 전체 응답의 30%, 황금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이 2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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