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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패와의 전쟁 선봉에 ‘현대판 포청천’ 있다

[2013-07-12, 00:03:11] 상하이저널
 “공산당 중앙순시조의 본교 방문을 환영합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인민대학교 교문 전광판엔 큼지막한 붉은 글씨로 이런 문구가 등장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여러 지역에서 당·정부 기관과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감찰하는 중앙순시조의 검열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흠차대신’(황제의 명을 받들어 지방에 파견되는 대신) 혹은 ‘암행어사’로 불리는 중앙순시조는 시진핑 지도부가 벌이는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의 최전선에서 활약중이다. 중국 관료들의 부패에 넌더리가 난 일부 누리꾼들은 “흠차대신이 탐관오리들을 척결하길 바란다”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지난달 22일로 취임 100일을 넘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의 존망이 부패 척결에 달려 있다”“호랑이(고위직 부패관료)는 물론 파리(하위직 부패관료)도 잡겠다”며 부패와의 전쟁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1949년 신중국 건국 뒤 60여년을 거치면서, 혁명 세력에서 기득권 세력으로 변해버린 공산당 내부 기강 확립이 당의 정통성 재확립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반부패 캠페인의 선봉에 서 있는 기구가 공산당 중앙순시조다.

■ 중앙순시조는 어떻게 구성되나

중앙순시조는 시진핑 체제 들어 처음 생긴 조직은 아니다. 2003년 중앙기율위원회는 중앙조직부라는 팀을 만들어 당 내부 감찰을 시작했고, 6년 뒤 정식으로 현재의 중앙순시조를 출범시켰다. 현재 중앙순시조의 최고 우두머리는 당내 서열 6위인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다. 그는 지난 5월 “이번 순시조의 임무는 부패 척결과 엄정한 당풍 건설”이라고 선언했다.

순시조는 올 들어 7개 팀이 늘어나 총 12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6개 팀은 지방팀으로 올해는 네이멍구, 후베이, 구이저우 등을 돈다. 4개 팀은 국유기업과 금융을 담당하는데, 올해 중국수출입은행 등을 감찰한다. 나머지 2개 팀은 중앙국가기관을 감찰하는 임무를 띠고 있으며 올해 수리부와 인민대학 등을 감찰한다.

현직 당 간부들의 감찰을 주로 맡는 업무의 특성상 중앙순시조의 각 조장은 70살 미만의 퇴직자 가운데서 뽑는다. 얽히고설킨 당내 ‘관시’(關係)와 이해관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사람을 발탁하려는 것이다. 충칭시를 감찰하는 제5순시조 조장 쉬광춘은 전 허난성 서기, 장시성을 감찰하는 제8순시조 조장 왕훙쥐는 전 충칭시 시장이었다. 주리자 중국국가행정학원 교수는 “고위 퇴직 관리를 조장으로 삼는 것은 이미 현직에서 물러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과거 정부 기구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디가 허점인지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장을 해당 감찰에 한해 한차례만 맡을 수 있게 한 점도 특징이다. <환구시보>는 “조장의 직무를 한차례에 한하게 한 것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순시조의 부패를 사전에 방지해 효과를 높이려는 제도적 예방책”이라고 했다.

중앙순시조는 △건전한 당풍 건설 △부패·타락, 사치풍조 척결 △관료·형식주의 타파 등을 목표로 감찰 활동을 편다. 공안이 아닌 당 중앙 조직인 만큼 이들의 감찰 대상은 ‘파리’가 아닌 ‘호랑이’ 급이다. 순시업무 조례엔 각 성·자치구, 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등 4개 직할시와 동급 정부 지도자급 인사로 감찰 대상을 규정해 놓고 있다. 2003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중앙순시조의 그물에 걸린 ‘호랑이’로는 천량위 전 상하이 당서기(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리바오진 전 톈진시 인민검찰장 등이 손꼽힌다. 지난달 30일 부패와 심각한 당기율 위반으로 적발된 왕쑤이 네이멍구 자치구 통전부장도 이 지역을 감찰하던 4순시조의 감찰에 덜미가 잡힌 사례다.

■ 감찰은 하지만 처리는 하지 않는다

순시조는 해당 지역에 보통 2~3달 동안 머물며 정보를 수집한다. 이 기간 동안 순시조는 지방정부의 각종 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관련 문건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공개적인 활동 말고도 여러 민원인이나 제보자를 만나 감찰 대상이 되는 지도자의 평판과 민심 동향을 파악한다. 순시조는 언론에 제보 전화와 이메일을 공개했다. <신경보>는 “중앙순시조가 지방에서 감찰 활동을 벌이면서 보통 100~200명, 최대 300~400명의 사람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순시조는 종종 감찰당하는 권력으로부터 협박을 받기도 한다. 한 순시조 조장은 “협박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편지에는 ‘여기서 당신들이 할 일은 없다. 적당히 쉬다 가지 않으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라고 말했다.

2003년 5개팀으로 당 내부 감찰

시진핑 “부패 척결” 7개팀 늘려

‘관시’ 적은 퇴직 관리 조장 임명

천량위·리바오진·왕쑤이 등 ‘덜미’

중앙의 권력투쟁 도구화 부작용

당 핵심 권력층 ‘빅 브러더’ 우려

“감찰 결과 공개 시스템 마련 시급”

공직자 재산공개 목소리도 높아


중앙순시조는 감찰 활동을 상부에 보고할 뿐 직접 사건을 처리하지는 않는다. 중국 언론들은 “순시조는 당 중앙의 눈과 귀 구실을 하는 데 그친다”고 전한다. 장더수이 베이징대 청렴정치건설연구센터 부주임은 “감찰과 처리를 분리한 것은 순시조의 월권을 막으려는 장치”라며, “중앙순시조의 업무는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고, 이후의 처리는 사법기관이 담당한다”고 말했다. 중앙순시조의 감찰 대상은 고위 간부이기 때문에 이들의 처벌 문제는 순시조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 당 중앙기율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 권력 투쟁의 친위대, 정보원 구실 부작용 우려도

중앙순시조의 활동이 중앙권력 강화에 이용되고, 때론 권력 투쟁의 도구가 된다는 부작용도 지적된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최측근 천량위 전 상하이 당서기 실각 사건은 후진타오 주석의 공청단 세력과 장 전 주석의 상하이방 세력 사이의 권력 다툼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여전하다. 천량위 전 서기는 2006년 상하이시 사회보장기금을 유용한 혐의로 중앙순시조에 덜미가 잡혔는데, 당시 표적 사정의 목표물이 됐다는 설이 분분했다.

중앙순시조의 감찰 결과는 대부분 당 중앙 핵심 지도층에게만 보고된다. 당 핵심 권력층은 ‘빅브러더’처럼 각 지방 권력과 주요 중앙 기관장의 ‘약점’을 손에 쥐게 된다. 권력 투쟁이 벌어질 경우 이를 이용해 약점이 잡힌 관리들의 퇴진을 압박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올해 중앙순시조의 주된 임무는 시진핑 체제의 중앙집권 강화가 목적이라는 정치적인 해석도 있다. 다이옌쥔 중앙당교 교수는 <중국신문사> 인터뷰에서 “중앙순시조는 감찰뿐 아니라 각 하급 지방 기관에 중앙의 지도 방침과 업무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지도 업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순시조의 감찰 결과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좀더 투명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오자오후이 인민대 교수는 “순시조의 성과물인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으면 문제가 흐지부지되어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일부 예외를 두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대중에게 보고서와 처리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패 척결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중국 정치의 오래된 과제인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약 2000명에 이르는 성·부(장관)급 간부들의 일괄 재산 공개야말로 띄엄띄엄 나오는 고위 공직비리 적발보다 중국 관료들의 만성적인 부패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중앙순시조의 활동보다는 언론이나 인터넷의 자유를 확대해 민간의 상시적인 권력 감시 활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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