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중국 땅에 나주 배를 심어 성공한 농민 박홍균 씨(58)의 억울한 사연에 베이징 교민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박씨가 14년간 일군 베이징 퉁저우구(通州区) 쑹좡진(宋庄镇) 자이리촌(寨里村) 소재 나주 배 농장인 한국이원에 지난 17일 이웃 주민과 폭력배 800여 명이 무단으로 들이닥쳐 배나무 4000그루의 밑동을 싹둑 잘라버린 것. 박씨의 신고로 중국 공안(경찰) 30여 명이 이미 출동해 있었지만 이들은 주민들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난동을 그대로 방치했다.
배나무 한 그루에서 250㎏ 이상의 배를 수확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피해액만 500만위안(약 9억원)에 달할 것으로 박씨는 추정했다. 남은 임차기간 16년간 계속해서 생산을 하지 못할 것으로 계산하면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박씨와 주민들 간 마찰은 베이징시 외곽의 한적한 농촌이었던 곳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으로 개발되면서 땅값이 급등한 것이 화근이었다.
주민들은 인근 시세와 비교해 임차료를 대폭 올릴 것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일부 토지에 대해서는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5년마다 임차료를 꼬박꼬박 지급해온 박씨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었다. 박씨는 1999년 12월 모래흙으로 이뤄진 황무지 325무(6만5000평)에 대해 마을 주민들과 30년간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한국에서 나주 배 묘목을 들여와 재배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각고의 노력 끝에 한 해 800t 이상의 배를 수확하는 지금의 농장으로 일궈냈다.
그러나 3년 전 주민대표를 자처하는 중국인 A씨가 나타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A씨는 박씨가 마을 주민과 계약한 땅의 임차료가 터무니없이 낮다고 주장하면서 30무(6000평)의 땅을 주민들에게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박씨는 "알고 봤더니 A씨가 돌려달라는 땅은 이미 건축허가가 난 곳이었다"며 "그 땅을 고가에 팔아먹을 요량으로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결국 지역인민법원은 최근 "`박씨가 계약서에 명시된 것보다 넓은 땅을 점유하고 있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박씨 승소 판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A씨와 주민들이 농장으로 침입해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박씨는 억지 주장을 펴는 주민들도 문제지만 이를 알고도 방치하는 중국 공권력의 횡포에 더욱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법을 지키는 선량한 시민을 옹호해야 할 공안이 오히려 주민들과 결탁해 폭력을 방조하는 모습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박씨 사연을 접한 주중 한국대사관도 공안 당국과 접촉하는 등 박씨 구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