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대출을 거절당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대출금리를 자유화했지만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더 심화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저장성(浙江省)은 해안지대라는 지리적 이점과 고성장으로 많은 민간 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저장성 국내총생산(GDP)의 80%가 이들 민간 기업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기둔화와 신용경색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저장성에서 143개 기업이 자금난으로 파산을 신청했다. 이는 전년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이들 기업 가운데 90%가 중소업체다. 올해 1·4분기에만 저장성에서 65개 중소기업이 추가로 파산을 신청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말 이후 지금까지 6조2000억달러(약 6934조7000억원)를 쏟아 부으며 기업과 지방정부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제외된 채 제2금융권 같은 사금융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1분기 현재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잔고가 대기업의 33%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이 2년 전의 세 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2위 은행인 건설은행은 10% 수준이다.
인민은행이 지난달 금리 자유화를 단행해 기업·지방정부의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그림자금융(금융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제2금융권)'에 대한 개혁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나친 낙관이라고 경계했다.
현재 대형 은행의 대출금리는 하한선보다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낮아지기는 어렵다. 게다가 대출자금 공급 부족으로 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금리 하한제 폐지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금리 자유화의 혜택은 신용도 높은 국유기업이나 대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인민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대출금리를 크게 낮췄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혜택 받지 못했다. 중국 에버브라이트증권이 17개 지역의 1000개 중소기업을 조사해본 결과 이들 기업 중 66%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혜택을 받지 못했다.
중국 최대 석유기업 중국석화(시노펙)는 지난해 금리 4.7%의 단기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저장성 원저우(溫州)의 중소기업들이 받은 1년짜리 대출상품 금리는 16.2%다.
미즈호증권의 짐 안토스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대출금리 자유화 정책으로 은행이 앞다퉈 금리를 낮추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