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중국의 산업 공급과잉이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
중국정부가 오는 11월 중국 공산당 18기 3중 전회에서 여러 개혁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산업 공급과잉문제가 다시 한번 화두로 떠올랐다. 공급과잉 문제가 하루 이틀 상간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왜 이렇게 해결을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간 중국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부터 철강, 시멘트, 평면유리, 석탄화학, 폴리실리콘 등 9개 산업을 공급과잉 산업으로 지정한 이후 낙후설비를 사용하는 기업 퇴출을 발표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해 왔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지방정부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로서는 괜찮은 산업을 내세워 지방경제를 육성하고자 보조금을 남발했고, 기업들은 산업 자체보다도 지방정부가 내건 보조금에 현혹되어 너도 나도 산업에 뛰어들면서 공급과잉이 야기되었다. 지방정부는 그렇게 키운 기업으로부터 받는 세금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공급과잉을 억제하려고 해도 구설비를 새설비로 교체한다는 둥 별별 이유를 들어가며 공급과잉 산업을 키워왔다. 현행 세수체계도 지방정부가 기업 뒤봐주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다. 1994년 이후 수립된 현행 세제상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보다 세금을 더 많이 가져가게 되면서, 돈 쓸 일 많은 지방정부로서는 어떻게든 잘 나가는 지방기업의 도산을 막아야 하는 운명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바이지우(白酒)만 해도 그렇다. 바이지우산업은 ‘산업구조조정지도목록(2005년)’과 ‘산업구조조정지도목록(2011년)’에 ‘제한류’로 분류되어 있어 바이지우 생산라인 신규 건설이 불가하고 바이지우 생산허가증에 대해서도 신규 발급이 불가하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의 바이지우기업은 건강주, 약주 등 명목으로 생산라인을 확충해 왔다. 2012년 기준 중국의 총 바이지우 생산량은 1,150만 킬로리터로, 500밀리리터 기준 총 230억병이 생산되었는데 2005년부터 중국정부가 바이지우 생산규제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중국대종상품연구센터(中國大宗商品研究中心)에 따르면, 중국의 대종상품중에서 공급과잉을 보이는 품목이 전체의 60%이고 이 중 생산설비가동률이 70%이하인 품목이 51.5%에 달한다. 이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가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문제가 된지 이미 오래다.
중국의 철강생산량은 전세계 생산 총량의 46%, 시멘트는 전세계 생산의 60%를 차지한다. 전해 알루미늄은 전세계 생산량의 25%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12년 연속 전세계 생산량 1위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을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폴리실리콘, 풍력기계 등 신재생 에너지분야도 거대기업이 줄줄이 도산할 정도로 공급과잉이 심각하다.
올해도 중국정부는 공급과잉 억제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산업구조 개혁을 강조하는 한편, 저효율 낙후설비와 기업을 시장에서 도태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현행 세수체계 개편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급과잉 문제는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정부기능 축소의지와도 상반된 결과를 낳고 있다. 정부는 시장 간섭을 줄이기를 원하며 올해 이미 상당량의 심사승인권을 지방정부나 하급기관으로 이양했지만, 공급과잉 문제에 대해서는 규제권한을 중앙정부로 복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은 투자위주의 성장이 누적되면서 나타난 피하고 싶은 그림자 중 하나다. 11월 있을 3중전회에서 중국은 과거 성장방식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공급과잉도 앞으로 어떤 해결의 수순을 밟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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