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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가을 손님

[2013-10-08, 11:29:10] 상하이저널

우리 집엔 매해 가을이 되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중국에 살기 때문에 맞게 된 손님인지도 모른다. 집에 머무르는 기간은 한 달 남짓이다. 한 달이나 머무는 손님이니 남이 보기엔 민폐라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손님이 오고 가는 동안 우리 집엔 1년에 한 번 울려 퍼지는 이 손님의 소리로 정겹다. 한국에서는 이 손님을 '가을의 전령사'라 부르기도 했다.

우리 집 아이들도 애완동물로 강아지를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남편은 강아지를 키우느니 아이를 더 낳겠다 말할 정도였다. 그래 대안으로 찾아 금붕어도 길러 보고, 이사 가는 지인의 햄스터를 전달 받아 길러 보고, 조그만 청거북도 한참을 길러 보고, 일주에 한 번씩은 바깥 창문 달린 베란다에서 나와 산책하는 조그만 십자매 한 쌍도 길러 보고, 무럭무럭 크는 앙고라토끼도 길러 보고, 누에도 길러 보고…….
 
생각해 보니 참 많이도 길러 보았다. 이렇게 많은 애완동물을 기르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짧게는 2~3개월에서 4~5년 기르다 보니 정이 든 애완동물들을 마지막엔 정에 못 이겨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올 가을이 올 때 우리 집엔 애완동물은 없고 화초만 무성했다. 어김없이 우리 막내는 새로운 애완동물 타령이다. 그 등살에 물고기라도 몇 마리 길러 볼까 싶어 꽃시장에 갔다. 가을이 왔는지 마침 꽃시장엔 반가운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올 해는 귀뚜라미뿐 아니라 여치까지도 있었다.
 
막내도 물고기는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고 입구에 있는 귀뚜라미에 꽂혔다. 확실히 중국에서 보는 귀뚜라미도 여치도 정말 크다. 내 어릴 적 보았던 고향의 귀뚜라미의 거의 2배에 가까운 크기다. 그래 소리 또한 2배로 큰 듯하다. 나 또한 이 소리가 그리웠던 지라 가을이 왔음을 직감하며 맘은 망설임 없이 겉으로는 선심 쓰듯 귀뚜라미 한 마리, 여치 한 마리를 샀다. 물고기보다 기르기도 쉽고 어린 막내가 배설물을 치우고 돌보는 걸 훈련하기엔 이들 만한 게 없다 싶으니 맘이 뿌듯했다.

넓은 꽃시장에선 몰랐는데 집에 돌아오니 이 둘의 소리가 얼마나 우렁찬지 온 집안을 쩌렁쩌렁 울린다. 덩치가 조금 더 큰 귀뚜라미는 소리도 크고 쉬지 않고 울어댄다. 막내는 그 녀석에게는 너무 시끄럽다고 수다쟁이라 이름 지어 주고, 분위기 파악하며 우는 건지 좀 더 곱게 소리 내고 띄엄띄엄 우는 여치에겐 풀피리라는 근사한 이름도 지어 주었다.
 
이 두 녀석이 우리 집에 오고 한 이틀은 고요한 밤에 울려 퍼지는 두 녀석 소리가 너무 커서 아래층에서 올라 올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어느 새 적응이 되고 우리가 잠든 밤을 우리 집을 지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매일 파란 콩 하나씩을 먹고, 평일엔 모르지만 주말이면 온 가족이 밥을 먹는 한 귀퉁이에 이 둘도 콩 하나를 붙들고 맛있는 식사를 했다. 식사 하다가도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날개를 비벼 소리를 내곤 해 우리를 기분 좋게 해 주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새 이 두 손님이 우리 집에 지도 한 달이 되어갈 즈음, 막내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여느 때처럼 파란 콩을 껍질을 까 주는데 며칠 전부터 잘 먹지 않는단다. 식성 좋은 귀뚜라미도 콩 한 알을 다 먹지 않고 절반은 남겼다. 막내 말로는 색깔도 조금 변한 듯 하단다. 우리 벽에 붙어 있는 모양이 제 보기에도 맘이 그랬나 보다. 매해 길렀던 지라 곤충의 한 살이도 이해하고 있고, 가을에 짝짓기 하러 소리 내는 것도 아는지라 막내는 이제 이 두 손님을 보내 줘야 할 때인지 알아 챈 모양이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학교 버스 안에서부터 같은 학년 아이들끼리 밥을 먹고, 숙제 끝나고 몇 시에 모여 놀자 했나 보다. 망설임 없이 두 녀석을 챙긴다. 그 날 밤에 두 녀석을 놓아 준단다. 두 세 시간이 흐르고 빈 우리를 들고 막내가 힘차게 돌아왔다. 덩치 큰 귀뚜라미 수다쟁이는 우리에서 놓아 줘도 아쉬운지 자기를 한 참 쳐다 보다 뛰어갔단다. 여치 풀피리는 뒤도 안돌아 보고 뛰어 갔단다. 그렇게 또 우리 막내는 자연과 함께 하며 살아가는 것을 배우며 가을을 보냈다.

이 두 손님을 그렇게 보내고 아파트 입구를 드나들 때 우리 가족에겐 한참 동안 이 두 손님이 어디 있는지 들어 보는 습관이 생겼다. 막내가 새에 먹힐 까봐 넓은 풀밭에 놓아주지 않고 아파트 현관 양쪽 나무가 우거진 곳에 놓아 두었다더니 양쪽에서 한 마리씩 귀뚜라미 소리와 여치 소리가 나는 거다. 얼마나 반가운지. 막내는 지금도 놀러 나갈 때마다 그 둘 소리부터 챙긴다. 가을이 익어 가고 그렇게 막내가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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