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勛·1913~2002·사진) 전 부총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중국 각지가 시중쉰에 대한 찬양 열기로 뜨겁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돈을 들여 기념관을 세우고 시 주석의 동생까지 공식 석상에 등장하면서 형식주의 타파와 부패 척결을 외쳐온 시 주석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남방도시보는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지난 12일 '시중쉰과 광둥 개혁개방 좌담회'가 열렸다고 13일 보도했다. 시중쉰은 1978년 4월부터 1980년 말까지 광둥성을 담당했다. 차기 지도자로 유력한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서기는 행사에서 "시중쉰 동지가 광둥성 개혁개방과 경제특구 건설에 중대한 공헌을 했으며 사상해방과 실사구시, 개척정신을 보여줬다"면서 "덩샤오핑 동지의 지지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보다 세 살 아래로 알려진 남동생 시위안핑(習遠平)은 지난 9일 간쑤(甘肅)성에서 열린 추모 좌담회에 이어 이날도 행사에 참석했다.
시중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서적들도 당 중앙 차원에서 최근 출판됐다. 신화통신은 "15일은 걸출한 무산계급혁명가 시중쉰 동지의 탄생 100주년 기념일이며, 시중쉰 동지를 기념하기 위해 중앙(당·정부)의 비준을 거쳐 중앙당사연구실이 < 시중쉰 문집 > 과 < 시중쉰 화첩 > 을 출판했다"고 12일 보도했다. 중국 우정국은 시중쉰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한다.
시중쉰 추모 열기는 아무래도 시 주석의 지위와 무관치 않다. 정치분석가 장리핑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추모 열기가 시 주석의 권위 확보에 도움을 줄 것이며, 많은 사람들은 시 주석이 부친의 개혁정신을 고수하길 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시성 웨이난(渭南)시 등에는 수백억원을 들여 시중쉰 기념관이 건설됐으며, 간쑤성은 봉기 기념관 두 곳을 짓는 데 1억4000만위안(약 245억원)을 썼다. 시중쉰 전기를 쓴 자쥐촨(賈巨川)은 홍콩 언론에 시중쉰 기념 활동들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으며, 형식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중쉰은 중국 공산혁명에 공을 세운 혁명 원로지만 마오쩌둥(毛澤東) 집권시기인 1962년 반혁명 분자로 몰려 실각했다가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복권됐다. 광둥성 선전경제특구를 만드는 등 개혁개방 초기에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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