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과 국경일 휴일엔 절대로 중국여행을 하지 말아야지… 고생길일 뿐이야… 입으로 몇 년간 떠들어대던 말이었는데도 이번 국경일은 방~콕을 안하고 여행길에 올랐다. 갈까 말까를 망설이다 29일 날 부랴부랴 비행기표며 호텔을 예약해가면서 우리들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목적지는 사천성(四川省)의 성도(成都) 구채구(九寨沟)! 내가 중국을 떠나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였다.
자연경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몇 년 전부터 마음 설레게 하는 곳이었다. 지진도 발생하고 올해엔 홍수까지 난 지역이라 조금은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 곳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뭐… 아이들에겐 아무런 내색도 안하기로 하고 30일 날 아침일찍 비행길에 올랐다. 성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새벽에 황룡(黄龙)으로 향했다. 올 봄에 난 홍수재해의 잔해가 눈앞에 아찔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산이 무너져내려 강에 흙이며 돌이 제멋대로 쌓여있었고 길이 뚝 잘라져 있는 곳도 있었다. 원촌이라는 지역, 홍수의 재해가 엄청났다는 뉴스에서 언뜻 들었던 기억이 나기도 했다. 강 위의 다리가 반쯤 무너진 체, 아직도 복구가 되지도 않은 체 방치되어 있었다. 산수가 너무 아름답고 자원이 너무 많다보니 너무나 무체계적으로 계발을 하려다가 이런 자연재해의 폐해가 더 커진건 아니었을까 하는, 우리 인간의 오만에 대한 처벌이 아니었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황룡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멀고도 멀었다. 구불구불한 길이 얼마나 많은지 멀미 한번 하지 않는 나인데도 속이 거북해지고 있었다. 하루 종일 달려서 도착한 황룡은 날씨가 너무 추웠다. 일기예보를 미리 보고 옷을 많이 껴입었는데도 비가 보슬보슬내려 체온을 더 떨어뜨리고 있었다. 고산병이 나를 엄습해왔다. 난 중도에 주저앉아버렸다. 다시 오기 힘든 곳이기에 아이들에게 끝까지 다 올라갔다오게 하고서 난 중간길에서 오돌오돌 떨면서 산소를 들어마셔가며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힘내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들도 비슷한 증상이 있다고 조금만 더 내려가면 괜찮을거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이들도 있었다. 온 몸이 얼어서 고개만 겨우 끄떡거렸다. 지금도 그 때의 사진을 보면 얼굴이 얼어붙은 무표정, 사진도 다 귀찮으니 빨리 내려가자를 눈빛으로 애타게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 황룡은 이렇게 나에게 고통만을 남기게 되었다. 그 아름답던 물색도 그저 내게는 극단의 추위로만 느껴질 뿐이었다.
호텔로 돌아온 우리들은 다음날 관광을 위해 각자 몸살약을 먹고 푹~자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은 날씨도 화창해지고 몸도 가뿐해졌다. 엄쳥난 사람들이 줄서서 입장을 했다. 세상사람들을 다 모아놓은 듯, 우리들 앞, 뒤엔 온통 사람들,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구채구라는 곳이 워낙에 넓은 곳이어서 조금씩 위로 올라가면서 아름다운 풍경들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의 색을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작은 아이는 물에 틀림없이 뭔가 약을 탄거 같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물의 색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속에 들어있는 온갖 것들의 모습이 정말로 확연하게 비춰졌다. 카메라를 갖다대는 곳이면 다 한폭의 그림이 되고 있었다.
야, 고생스러워도 오길 잘했구나!!! 우리들은 어제의 고통은 어느새 저멀리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일어나고 있었다. CCTV에서 사람들과 인텨뷰를 하고 있었고, 차들이 사람들에의해 운행이 안되고 있었다. 사람들, 사람들이 차를 가로막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행렬에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이미 관광을 끝마치고 내려가고 있는 길이었는데, 뭔가 심상치않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끝까지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곧 어두워질거라는 불안감으로, 우리들은 걸어가는 사람들의 행렬에 끼여서 무거워진 다리를 질질끌며 거의15km를 걸어내려왔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어 보였다. 사람들의 불만이 차의 운행을 저지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쩔수없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 사방이 어둑어둑해졌을 때쯤에서야, 버스에 올라 탈 수 있었다. 어떻게 해결이 된건진 아직도 모른다. 그냥 무사히 호텔로 돌아온것에 감사했을 뿐이다. 그냥 우리들은 사람들, 사람들 속에 갇혀있다가, 우리들만의 공간속으로 돌아와 있는 것에 안도했을 뿐…
다음날, 성도로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으로 10월2일 구체구에서의 상황을 듣게 되었다. 유례없이 많은 인파들이 모여들어서 구체구 관리소측에서 원활한 차량서비스를 못해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노라고… 그날의 입장권과 차량비는 다 환불해주노라고…. 우리들은 이미 구채구를 떠난 뒤여서 환불을 받을 방도가 없었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ㅋㅋ…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우리나라가 6.25 때, 그당시 중공의 인해전술로 인해서 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역사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새삼났다. 사람들이 무서웠다. 너무 많은 사람들속에 갇혀버릴 것 같은 불안감을 잊을 수 없다.
우리들의 국경일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중국의 인민들의 힘에 압도당한 여행이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제일 무서운게 역시 사람들, 인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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