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공정한 장학생 선발 위한 것"중국의 한 대학이 장학생 선발 과정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공개 연설을 강요해 비난을 받고 있다.
17일 심양만보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성의 모 대학은 지난해부터 빈곤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생을 선발하면서 웅변대회를 열고 있다.
장학금을 받으려면 학교 측에 가정 형편을 증명하는 서류 제출은 기본이고 반드시 웅변대회에 나가 본인이 얼마나 가난한지 공개적으로 밝히고 동료 학생들의 투표에서 5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학교 여학생 류(劉) 모씨는 "친구들 앞에서 우리 집이 못 사는 것을 드러내는 게 너무 부끄러웠지만, 장학금을 받아야 공부할 수 있는 형편이라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날 이후로는 학교 안에서 창피해 고개를 들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누가 제일 가난한지 공개적으로 겨루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된다"면서 "실제로 형편이 가장 어려운 학생이어도 말을 잘 못하면 표를 많이 얻지 못해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교육계 인사와 누리꾼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이 전해지자 비인간적인 처사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중난(中南)대학 관계자는 "웅변과 투표 방식으로는 빈곤 학생의 가정 형편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고 자존심이 강한 연령대의 젊은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학교에서 정말로 공정하게 장학생을 선발하려면 전문팀을 구성해 신청자의 가정 형편을 조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공정한 평가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측은 비난이 빗발치자 장학생 선발의 공정성을 기하려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장학생 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기 위해 공개 선발 방식을 도입했던 것"이라며 "빈곤 학생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만큼 다른 대학의 방식을 참고해 장학생 선발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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