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의 꿈’·언론 통제 비판해온 샤예량 교수
학교 심사 통과에도 교수위서 표결… 정치적 처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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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예량(夏業良·53)
베이징대 경제학원 교수 |
중국의 유명 개혁파 지식인 샤예량(夏業良·53·사진) 베이징대 경제학원 교수가 체제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창해 온 '중국의 꿈(中國夢)'을 비판하고 선전 당국의 사상 탄압과 언론 통제를 줄기차게 비판,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성격의 해고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20일 AP통신과 BBC 중문망, 홍콩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34명으로 구성된 베이징대 경제학원 교수위원회는 지난 11일 샤 교수가 교수직을 계속 유지하도록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투표를 진행했고, 30명이 교수직 유지에 반대했다. 투표는 샤 교수를 제외하고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결정으로 13년 이상 베이징대 교수로 재직해 온 샤 교수는 고용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1월31일까지 현직을 유지하게 된다.
샤 교수는 "지난 18일 학교 관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면서 "지난해 7월 학교 측의 업무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이번에 교수직 유지 여부에 대해 투표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이징대 지도부는 그의 상황이 특수하다는 이유로 표결을 강행했다. 대학 측 관리는 샤 교수에게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중국은 대학에도 공산당 조직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당이 베이징대 지도부를 통해 샤 교수를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
장첸판(張千帆) 베이징대 법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 중문판에 "샤 교수에 대한 처벌은 국제적 지위를 높이려는 베이징대의 희망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국 누리꾼은 인터넷에 "30 대 4로 샤 교수를 해임키로 한 것은 민주적 결정처럼 보이나 정부와 정당을 비판하는 것은 국가 공민으로서의 권리다. 공산당은 샤 교수의 거취를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샤 교수는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 등과 함께 2008년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을 요구한 '08헌장'에 서명했다. 최근에는 중국 공산당과 사회주의 제도를 비난하고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구호인 '중국의 꿈'을 비웃고 왜곡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선전을 담당하는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도 그의 비판 대상에 올랐다. 그가 권력의 중심에 머무르는 한 중국의 언론 자유를 낙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09년 5월에도 샤 교수는 당시 류윈산 중앙선전부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중앙선전부가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번 비판 때문에 베이징대 교수직을 잃는다고 해도 유감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대와 자매관계인 미국 웨슬리대 교수 130명은 지난 7월31일 베이징대 총장과 베이징대 당서기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내 정치적인 이유로 샤 교수를 해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AP통신은 "샤 교수의 해임은 언론 자유와 법치를 주장해 온 지식인을 수용하지 못하는 공산당의 편협한 태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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