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중국연구소 소장 '전면심화 개혁에 관한 중대 결정'이라는 제목을 단 중국공산당 18기 3중전회 개혁안이 발표된 그 이튿날(16일), 기자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를 찾았다. 칭다오는 2008년 한때 3000여 개의 우리 기업이 진출해 활동했던 도시다. 그러나 임가공업체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지금은 800여 개 업체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칭다오에서 한•중 경제협력의 역사를 생각하는 이유다.
우리는 두 차례의 '중국 붐(boom)'을 경험했다. 1차는 1992년 수교와 함께 시작됐다. 신발•완구 등 임가공업체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투자와 수출이 크게 늘었다. 92~97년 대중 수출은 연평균 약 32% 급증했다. 두 번째 붐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찾아왔다. 우리는 중국이라는 '세계공장'의 중간재(부품•반제품) 공급 기지로 부상했고, 덕택에 2006년까지 수출이 한 해 평균 33%나 증가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중국 붐'은 올 것인가?
현지 기업인들은 "한•중 FTA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협정 체결로 시장 문턱이 낮아져 투자와 무역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2015년에는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말도 나온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 속성은 지난 1, 2차 때와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약 2만 자(字)로 쓰여진 3중전회의 '결정'에서 그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결정'의 경제 개혁은 정부•시장•기업 간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핵심은 시장화다. 정부의 개입을 줄여 시장 자율성을 높이고,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 기업 경쟁을 유도했다. 행정 규제 철폐, 금리•환율 자유화, 국유기업 독점 영역에 민영기업 참여 등의 조치가 제시됐다. 궁극적으로는 성장 패턴을 기존 투자의존 구조에서 소비 중심형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시장 자율을 높이지 않고는 내수 확대가 힘들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다. '결정'은 또 후커우(戶口•거주 등록) 제도 개혁, 토지 제도 개혁, 세제 개편 등 소비 증진을 위한 민생 현안도 담고 있다.
한•중 FTA 체결로 '중국 붐'이 온다면, 키워드는 역시 '시장'이다. 기존 1, 2 차 붐이 중간재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협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중국에서 무엇을 생산할지를 고민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중국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중국에서도 디자인, 브랜드 등이 중시돼야 할 이유다.
붐이 그냥 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국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기술력을 높인 중국 기업들의 역공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시장화' 트렌드와 한•중 FTA를 묶어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칭다오의 3차 중국 붐은 그럴 때라야만 가능하다.<칭다오에서>